<경제단상>공정과 불공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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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이 감귤류에 대한 검역절차등을 문제삼아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提訴)했다.미키 캔터 美무역대표부(USTR)대표는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잔류농약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사이 플로리다産 그레이프 푸르트가 부두에서 썩어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미국이 외국의 불공정무역에 대해 성토하고 보복위협을 가할 때늘상하는 소리가 국제규범이고 공정무역이다.그렇다면 미국은 얼마나 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89년 지프는 갑자기 트럭으로 변신했다.美 관세청이 지프를 관세율 2.5%의 승용차가 아닌 25%의 트럭으로 보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각국이 반발하자 美 재무부는 문이 2개인지프는 트럭,4개인 지프는 승용차라는 해괴한 규 정을 새로 만들었다. 美 국제무역위가 자국내 산업 피해여부를 조사할 때 비교기준이 되는 「동종(同種)상품」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피해정도를 크게 하기 위한 금긋기는 신축자재다.예컨대 도금된탄소강판은 도금되지 않은 것과 동종의 상품이 아니지만,도금된 탄소강 못은 도금 안된 것과 동종의 상품이다.
줄기가 긴 표준형 카네이션과 소형 카네이션은 동종의 상품이 아닌데 소형이 보통 다발로 팔리는데 비해 표준형은 가끔 줄기 단위로 팔리기 때문이란다.소비자가 큰 구분않고 사는 것은 별문제다. USTR는 외국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이집트에 대해 「관세율이 1%에서 1백60%까지 다양하며 사치품의 기준이 자의적이고,유사한 두 품목이 국내의 최종 용도에 따라 전혀 다른 관세가 부과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율도 오리의 간이 거위 간의 16배,우유 치즈는 염소젖 치즈의 거의 4배나 된다.
심지어 美 농무부는 외국의 무역장벽에 대한 연례보고서에서 코트 디부아르에 대해 「외환부족이 주요한 무역장벽」이며 불어권(佛語圈)인 이 나라가 불어상표를 부착토록 한 것을 미국산 스낵식품 수출에 대한 장애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례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제임스 보봐드가 쓴 『The fair trade fraud』(국내번역서名:『미국 통상정책의기만성』)에 나온 것들중 극히 일부분이다.그렇다면 도대체 공정의 잣대는 뭔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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