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권력 정점엔 ‘SKY’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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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스카이)’와 ‘SS(에스에스)’. 인사(人事)의 계절인 요즘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사무실의 최고 유행어다.

언뜻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뜻하는 ‘SKY’나 나치 독일 히틀러 친위대 ‘SS(Schutz-Staffel)’를 떠올리게 하지만 모두 이명박 정부 실세의 조건을 풍자한 것이다.

‘SKY’ 중 S는 서울 서초동 소망교회의 영문 머리글자다. 이 당선인이 장로, 부인 김윤옥 여사가 권사로 있는 교회다. 이 교회는 교인인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이 인수위원장에 임명되며 각광받기 시작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가 모두 이 교회에 다닌다.

이처럼 소망교회 인맥이 부각되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내정자인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일부 언론이 자신을 ‘소망교회 교인’이라고 표현하자 15일 보도자료까지 내 “소망교회 교인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K는 이 당선인의 모교인 고려대다. 수석 중에선 곽 내정자와 이종찬 민정수석 내정자가, 내각에선 어윤대 교육과학부,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가 고려대 출신이다. 여기에 특임장관 두 자리 중 한 곳에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이 기용될 가능성이 커지며 ‘K 인맥’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윤 전 장관은 이 당선인의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다.

Y는 영남 출신을 뜻한다. 청와대 대통령실장으로 내정된 유우익(경북 상주) 서울대 교수를 포함해 수석·장관 내정자 25명 중 10명이 영남 출신이다.

수적으론 고려대 출신(5명)이 서울대(11명)보다 적고, 소망교회 교인은 두 명뿐이다. 하지만 유우익(영남)·곽승준(고려대)·강만수(소망교회) 내정자 같은 실세에 속하는 웬만한 인물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SKY’란 말이 새 정부 인사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SKY’ 대신 고·소·영이라는 말도 떠돈다. 네티즌들이 고려대의 ‘고’, 소망교회의 ‘소’, 영남의 ‘영’을 모아 영화배우 이름과 똑같이 만든 신조어다.

‘SS’는 소망교회와 서울시(Seoul)의 영문 첫자에서 따왔다.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에 재직할 때 함께 일한 인사가 많이 기용된 때문이다. 법률고문이었던 이종찬 민정수석 내정자, 서울시 부시장 출신의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지낸 유인촌 문화부 장관 후보자 등이 그런 경우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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