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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작가협회는 … 중국문학 컨트롤 타워·문화부 못지않은 영향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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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996년 12월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작가협회 제5차 전국대표자회의 모습. 당시 협회 주석은 바진(巴金)이었다. [중앙포토]

◇티에닝(鐵凝)=1957년 베이징(北京) 출생. 75년부터 소설을 발표했다. 허베이성(河北省) 작가협회 주석을 거쳐 2006년 중국작가협회 주석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4월 경제학자와 결혼, 미혼 주석이란 딱지는 뗐다. 중국을 대표하는 페미니즘 작가로, 현대 중국인의 서구화된 일상을 발랄한 문체로 그려낸다는 평을 듣는다. 주요 작품으로 『비가 오지 않는 도시(無雨之城)』『목욕하는 여인들(大浴女)』등이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따라서 문학도 관리되고 계획된다. 그 배후에 중국작가협회(www.chinesewriters.com)가 있다. 1949년 7월, 마오둔(茅盾)·바진(巴金)·라오서(老舍) 등 혁명문학 1세대가 주축이 돼 설립했다. 창립 취지는 ‘중국 공산당의 영도 하에 중국 내 각 민족 작가들이 스스로 전문적인 인민단체를 만든다’는 것이다.

 원래 이름은 중화문학공작자협회, 지금의 이름으로 바꾼 건 53년 10월 전국대의원회의에서다. 중화인민공화국 출범(49년 10월 1일) 이전에 구성된 유일한 문화예술인 단체다. 그만큼 역사와 전통, 그리고 막강한 권한을 자랑한다.

작가가 회원으로 참여하는 곳이니 명목상 민간인 단체다. 회비도 있다. 정회원은 1년에 20위안씩 내야 한다. 하나 회비를 내는 회원은 거의 없단다. 5년에 한 번씩 총회를 열어 주석 선출 등 주요 의제를 결정한다. 협회를 대표하는 직책은, 임기 5년의 주석이다. 주석으로 선출되면 중국공산당 후보위원 자격을 얻는다. 부주석은 13명이고, 주석단은 100명으로 꾸려진다.

중국작가협회의 실제 위상은 중국 문화부 못지 않다. 구성원만 민간인일 뿐, 협회의 역할과 영향력은 정부급이다. 즉 협회는 문학부문 사업을 당국으로부터 위임받아 집행하는 민간 기관인 셈이다. 중국 땅에서 벌어지는 문학과 관련한 모든 일이 협회 업무라 봐도 무방하다. ‘중화문학예술가연합회’ 등 다른 작가단체도 있다지만 활동은 미미하다.

2007년 12월 현재 정회원은 8129명이다. 전국 31개 성(省)에 40여 개 지역별 협회를 두고 있는데, 이 협회 회원을 합하면 회원 수는 5만 명이 넘는다. 단체의 주요 사업은 회원의 복지문제 해결이다. 회원에게 재정적 도움도 주지만, 작가를 농촌이나 기업 등지에 파견하기도 한다. 협회 대외연락부 옌쓰시예(閏思學) 는 “작가는 인민 군중에 다가서야 한다”고 파견사업의 목적을 설명했다.

협회가 작가를 지원하는 방식이 특이하다. 협회는, 작가가 작품을 출간할 때마다 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는다. 이렇게 협회와 계약관계에 있는 작가를 ‘합동작가(合同作家)’라 부른다. 위화(余華) 등 유명 작가 상당수가 합동작가 자격으로 활동한다. 현재 400명쯤 된다.

이외에도 단체는 회원들이 저작권 침해 사례를 당하면 무료로 관련 업무를 대행한다. 불법 복제물 문제는 현재 중국 문학출판계에서 가장 골치 아픈 현안이다. 따지고 보면 합동작가 제도는 불법 복제물 문제 때문에 정착된 측면이 있다. 중국에서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라 해도 작가가 책을 팔아 얻는 수익은 몇 푼 안 된다. 독자 대부분이 정품보다 불법 복제물에 더 많이 노출돼 있어서다. 그래서 협회가 나서 주요 작가를 선정해 지원하는 것이다. 한편, 합동작가가 아니라 해도 생계엔 별 걱정이 없다. 중국에서 작가 대부분은 교수·교사 등 다른 직업이 있다.

협회가 최근 들어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해외 교류다. 협회의 리진치(李錦琦) 대외연락부 처장은 “2000년대 이후 대외교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현재 중국작가 200여 명의 작품이 해외에 진출해 있다”고 소개했다. 협회는 지금까지 20여 개 국가와 우호관계를 맺었다. 여기서 우호관계란 작품 번역과 출간, 문학 행사 등의 사업을 함께 벌인다는 뜻이다.

산하 기관도 여럿 거느리고 있다. 중국 최대의 문학 박물관이랄 수 있는 중국 현대문학관을 비롯하여 루쉰문학원·중국문학기초회 등 주요 문학 기관이 협회 소속이다. 특히 루쉰문학원은 이른바 ‘신예작가 양성소’로, 현재 중국 문단 최고의 엘리트 코스로 통한다. 티에닝·왕멍(王夢) 등 협회 소속 최고의 작가가 강사진에 포진해 있다. 4개월 과정으로 한 기수에 50명씩 창작 및 이론 수업을 받는다. 지난해 기준으로 7기까지 과정을 수료했다.

중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루쉰문학상(5개 부문 시상), 중국 최고의 장편소설 문학상인 마오둔문학상을 비롯하여 전국우수아동문학상, 소수민족준마(駿馬)상도 협회가 주관한다. 협회 기관지 ‘문예보(文藝報)’ 등 10여 종의 잡지도 발간한다.

베이징=손민호 기자

◇도움 주신 분(무순)=임춘성(목포대 중문과 교수·현 한국 중국현대문학학회장)·박재우(한국외대 중국어과 교수·전 한국 중국현대문학학회장)·김태성(호서대 중국어과 겸임교수)·성민엽(서울대 중문과 교수·현 한국 중국현대문학학회 부회장)·홍정선(인하대 국문과 교수)·유중하(연세대 중문과 교수·전 한국 중국현대문학학회장)·유경철(강릉대 중문과 교수)·이영구(한국외대 중국연구소장)·백은영(캐롯 에이전시 대표)·권영실(한국외대 BK21 한중문화전략사업단 연구원)·박정원(문화콘텐츠개발연구소장)·안영은(한국외대 중국어과 강사)·박남용(한국외대 중국어과 강사)·이정인(한국외대 중국어과 강사)

◇도움 주신 곳=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 중국현대문학학회·대산문화재단·파라다이스재단·중국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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