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망경>심판 파업엄포에 그라운드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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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프로축구 심판은 넘볼수 없는 성역인가.
프로축구 13년만에 모처럼 일기 시작한 축구붐이 심판들에 의해 깨지고 있다.
프로축구 전담심판 30명 전원이 지난달 30일 내려진 대우.
일화전(25일 부산)의 주심을 맡은 김광종(金光鍾)씨와 대기심한운집(韓雲執)씨에 대한 징계(本紙1일字)철회를 요구하며 3일프로축구연맹으로 몰려가 오는 7일 오전10시까 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모든 경기에 나서지 않겠다는 강경입장을 전달했다.
이들의 불만은 이렇다.프로축구연맹이 자신들의 고유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데다 경기운영상의 모든 문제를 자신들에게 전가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판들의 의견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번 징계는 프로연맹의 규정에 의해 합당한 절차를 밟아 취해진 것이다.프로연맹 상벌위원회는 문제를 야기시킨 구단이나 선수뿐아니라 심판에게도 징계를 내릴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30일 징계된 사람은 심판뿐만이 아니다.일화구단의 코칭스태프 2명도 경고처분을 받았다.그런데 유독 심판들만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이날 프로연맹으로 몰려온 심판 가운데 일부는『조직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자』며 흥분하기도 했다.집단이기주의의 소산이라는시각 또한 부인하기 힘든 상황이다.각 구단이 가장 경계하는 점이 바로 그들의「뜨거운 맛」이다.구단들 입장에서 보 면 소위 「찍히면 끝장」이라는 구악(舊惡)의 폐습 때문이다.어느 누구도대놓고 비판하기를 주저한 것도 이같은 점이 작용한 것이다.프로축구연맹이 뒤늦게나마 그라운드정화에 발벗고 나선 것도 실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사태가 미치는 영향은 예상외로 커질수 있다.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일본과 벌이는 2002년 월드컵유치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이다.
심판들이 이성을 되찾고 그라운드에 나서 깨끗한 판정을 보이는길만이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길일 것이다.
〈金基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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