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무원 무엇이 문제인가 紙上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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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사단법인 한국사회문화연구원(회장 韓完相)은 31일 中央日報.
SBS 후원으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의 공무원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개최,세계화와 통일에 대비한 바람직한 공무원의 위상정립 방안을 모색했다.이날 토론 은 ▲연세대안계춘(安啓春)교수의 「시민에게 비쳐진 오늘의 공무원상」이라는여론조사 결과 발표 ▲백완기(白完基.고려대)교수의 「바람직한 공무원 위상 정립을 위한 정책적 대안」제시및 김용래(金庸來)前서울시장.김석준(金錫俊.이화여대)교 수의 토론 ▲한상진(韓相震.서울대)교수의「성찰적 근대화와 탈관료적 개혁」이라는 주제발표및 안동일(安東壹)변호사.이시재(李時載.가톨릭대)교수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안계춘=서울시공무원.일반직장인.대학생등 1천8백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의 국민이 공무원을 신임하지도 존경하지도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신임정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8.1%가「아니오」「그저 그렇다」로 답한 것 이다.
공무원들이 불신을 받는 가장 큰 이유로 ▲각종 부조리의 만연(50.6%)▲불친절과 권위주의(20.4%)▲무사안일과 복지부동(16%)▲규제위주의 행정(9%)등을 꼽았다.
공무원들이 나라살림을 잘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대단히잘한다」「잘하는 편이다」가 15.2%,「그저 그렇다」가 37.
8%,「못하는 편」「아주 못한다」가 46.6%를 차지했다.
공무원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이유로는▲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의식구조(64.5%)▲봉급등 물질적 보상부족(19.4%)▲인.허가업무에서 뇌물받을 기회 허용(8.7%)▲중앙집권식 행정체계(5.3%)▲민원인들의 유혹(0.7%)등을 꼽았다.
바람직한 공무원상으로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것은「정직한 공무수행」이었다.그밖에 비교적 많이 지적되고 있는 것은 친절하고 공정한 대민업무의 수행(18.8%),소신에 따른 융통성있는법규적용(15.5%),청렴성(11.9%)등이었다 .
공무원들의 정직한 공무수행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로는 자긍심을가질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의 조성을 지적한 사람이 41%로 가장 많고,그 다음이 봉급인상과 자녀들의 학비면제(21.8%),개인의 능력에 의한 업적주의적 승진(21%)을 지적했다.
자녀들의 진로선택에 있어서 공무원을 권유하고 싶은 사람은 5.7%에 불과해 언론계(18%),교육계(17%),자영업(15%),법조계(9%)에 비해 매우 낮았다.
▲백완기=바람직한 공무원이란 국민과 국가에 대한 공공봉사를 통해 긍지와 보람과 권익을 누릴 수 있는 공직자다.공권력을 가지고 국민을 위압적으로 다스리고 규제하는 폭력적인 공무원상도 문제지만 공무원 역시 국민에 봉사함으로써 존경과 반대급부를 받을 수 있는 평범한 인간으로 인식돼야 한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공무원상 정립을 위해서는▲행정의 자율성 보장▲생활급의 지급▲개별책임제의 채택▲실적별 보상체제의 확립▲주민행정평가제 도입▲현장주의의 강화▲현실에 맞게 법.제도를 정비▲공정한 인사관리의 확립등이 필요하다.
우선 행정은 정치권력의 시녀나 전위부대의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행정이 자기의 고유영역을 빼앗길 때 사회는 어지러워지고 직업공무원제는 확립되기 어렵다.우리 행정은 불행히도 국민의 기관이라기보다 정치권력의 기관으로 행세해온 것이 사실 이다.
다음으로 공직자는 품위를 유지하고 자존심을 지킬 정도의 급여를 제공받아야 한다.급여는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힘을 가진 공무원에게 깨끗하게 살라고 하는 것은 공직을 이용해 살만큼 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기관장 책임제에서 개별적 책임제를 채택해야 한다.그래야 공무원 개개인이 자기의 에너지를 총동원해 일을 하고 능력도개발하기 때문이다.또 각자의 이름이 밝혀지고 아이덴티티가 노출되는 상황에서는 항상 긴장감을 갖고 일하게 되는 것이다.자기 책임아래서 일하면 자연히 분권화도 조장된다.앞으로 공직사회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실적별.능력별로 보상체계가 다르고 승진의 기회도 달라져야 한다.이를 위해 실적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또 주민의 행정평가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물론 이는 민원업무를 주로 다루는 일선기관들을 상대로 해서다. ▲김용래=우리는 지난해 12월 중앙정부 행정조직을 크게 바꾸었다.그러나 그것은「하드웨어의 변화」다.그 속을 채우고 있는소프트웨어,다시 말해 공무원 인사제도와 의식형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우리도 이제 영국의 대처총리가 민간기업의 경영전문인을 고급공무원으로 대거 영입하는등「경영주의 원칙」을 행정기관에 대대적으로 도입한 예를 참고,관료체제 개편에 손을 대야 한다.
인사제도의 개혁방향은 필기시험 위주의 채용제도를 고쳐야 하며승진제도도 열심히 일한 사람의 발탁이 가능한 제도로 바꿔야 한다.미국의 인사제도와 같이 계급을 완전 폐지하고 연봉제로 대체하거나 계급과 보수를 분리해야 한다.
기술직.전문직등에는 영국처럼 「계약임명제」나 기업으로부터의「파견임명제」등을 도입,민간기업과의 인사교류를 추진하고 외부인력의 특채범위도 넓혀야한다.
▲김석준=바람직한 공무원상을 일률적으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공무원,상위직과 하위직 공무원등 세부집단별로 다르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세부집단별로 공무원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계급중심의 공직구조를 과감히 개편하고 공인회계사.건축사등 각 분야의 전문직 경력자를 대폭 충원할 수 있도록 임용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 행정고시등을 폐지하고 모든 대학졸업자를 7급으로 뽑는 대신에 상위직급으로의 승진을 보다 쉽게 하고 문호를 대폭 개방해야 한다.
***탈관료제 개혁 ▲한상진=우리 사회는 60년대 이래「돌진형 근대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돌진형 근대화는 잘 훈련된 관료제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지식과 정보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현대사회에서 기존의 관료제는 더이상 효율적이지도,합리적이지도 않다.반대로 탈관료제개혁을 해야만 개개인의 능력과 창조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국가경쟁력을 입체화할 수 있다.아울러 관료제의 고질 적인 병리현상과 부작용을 외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극복할 수도 있다. 개인들에게 명심보감을 읽히고 사정개혁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처방만으로 사회발전적 효과를 제대로 내기는 어렵다.경쟁개념을 도입한 시장의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도 아직은 그 기초가 극히 미약하다.
반대로 우리는 그동안의 근대화 과정에서 수단적.물질적.군사적가치가 판 치면서 뒤로 밀려나 파괴되고 왜곡된 인간관계를 복원하는 개혁이 절대로 필요하다.이를 위해서는 참여적이고 탈인습적인 가치가 중요하며,이 가치의 제도화로 사회조직 의 투명성.합리성.책임성을 높이는 탈관료제적 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안동일=오늘날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탈관료제적 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감한다.그러면서도 우리가 그동안 「법적.합리적 지배유형」인 관료제에는 얼마나 철저했는지 의문이다.
법치주의 부재(不在)는 문민정부에 들어와서도 그리 달라진게 없다.최고통치권자에서 말단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법치행정에 대한 감각과 인식은 무딘 정도를 지나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공직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법치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이시재=조직의 투명성.정당성.생산성을 높이고 수평적.수직적의사소통의 채널을 다원화.활성화함으로써 조직 구성원간의 창의력을 입체적으로 조직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의가 없다.
이를 위해서는 참여.자치.공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는 현행의 배제.타율.비밀주의의 반대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관료제를 없애버릴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속에서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것을 고쳐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중.하위직 공무원들에게 일정한 권한을 부여해야 할것이다.공무원 사회 내부에 협의기구든,제한된 노동조합이든 자율기구를 만들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이러한 자율조직이야말로 공론형성.도덕적 자원의 제도화,탈인습적인 가치의 실 현이 가능하게되는 기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리=金基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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