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自體 파산선고제 추진배경-자치단체 경영개념 도입 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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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직선 자치단체장이 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자치행정을 책임지게되면 여러가지 행정개혁등 긍정적인 현상이 예견되는 반면에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다 재정파탄에 이를 우려도 없지않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시.군.구도「재정 부도」를 내 자치단체와 해당 주민의 살림살이가 엉망이 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무부가 30일 「한국형 지방자치 모델」추진을 발표하면서 재정부실 지자체의 파산선고제 도입 계획을 밝힌 것은 이같은 문제를 인식한데 따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상황은 현재도 전체의 25%인 60개 시.군.구가 자체수입으로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할 정도로 좋지않다.내무부는 여기에 앞으로 민선 단체장과 의원들의 과다한 의욕 및 주민들의 욕구분출로 인해 즉흥적으로 각종 사업 을 벌이다가재정이 극단적으로 악화되는 지역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지난75년 뉴욕시가 채권발행을 남발하다가 파산,6년만에야 정상화되는등 80년이후 7개 지방자치단체가파산처분을 받았다.
그중에는 지난해말 금융상품 투자 잘못으로 15억달러의 부채를져 캘리포니아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은 오렌지카운티도 포함돼 있다.또한 미국수도 워싱턴 DC도 수지악화로 최근 美연방회계감사원(GAO)에서「재정지불 불능상태」판정을 받았다 .
일본에서도 도쿄도의 미노베 료키치(美濃部亮吉)지사가 12년간재직하면서 인기위주의 사회복지사업을 하다가 2천7백억엔의 부채를 져 재출마를 포기한 일이 있다.
정부는 이를 방지하기위해 미국식 파산제도를 내년부터 도입해 보겠다는 것이다.내무부는 다만 이 제도 도입은 『자치단체장과 주민들에게 경고를 주어 불행한 사태를 예방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용태(金瑢泰)장관은 『이는 물론 해당 자치단체를 해산하려는것은 아니고 부실기업에 대한 법정관리처럼 국가가 회생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만일 이같은 사태가 생길 경우 중앙정부에 설치한 심의위원회에서 심사해 내무장관이 파산선고를 하고 국가가 대신 경영하거나 파산관리인을 임명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이 관리는 재정이 어느 정도 건전화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 다.
그러나 이 구상에는 야당등에서 반대할 소지가 꽤 있는 것으로보인다. 우리의 경우 대체로 자치단체 재정이 안좋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불편한 관계가 되는 일부 단체장을 「응징」하는 수단이될 수 있다는 반론이 벌써 나오고 있다.또 우리나라 지방세법의체계나 중앙-지방의 관계가 미국과 다른데 미국식을 그 대로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내무부는 따라서 제도 도입에 앞서 공청회등을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공감대가 형성되면 10월께 국회에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내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내무부의 이런 구상은 앞으로 자치단체도 기업처럼 「경영개념」을 가지라는 주문으로 볼 수 있고 이런 맥락에서 7월께부터 자치단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인건비지원을 「감량경영」여부와연계시키겠다는 시책도 추진되고 있다.지금까지는 형식적인 정원의크기에 따라 인건비 교부금이 좌우돼왔지만 앞으로는 새로 정한 기준정원보다 공무원수가 많은 시.군.구는 그만큼의 인건비를 「자비」로 해결하게 하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를 통제관계에서 지원.협력관계로 바꾸기위해 기초자치단체의 기능을 대폭 보강하겠다는 구상도그 실현여부를 지켜볼 만하다.
〈金 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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