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환경 難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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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구상에는 약 3천만種의 생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그 가운데 인간이 이름을 지어준 생물은 1백40만종에 불과하다.대부분의 생물들이 아직 이름조차 갖고 있지 못한 셈인데 환경문제가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절박한 문제로 떠 오르면서 인간사회에 존재도 알리지 못한채 죽어가는 생물들이 기하급수적으로늘어나고 있다.한 예로 열대 우림(雨林)지역 생물들의 소멸속도는 인간이 손을 대기 이전의 1천~1만배에 달한다고 한다.이같은 대규모적 유전자 소멸의 예는 지구 역사상 일찍이 그 유례를찾아볼 수 없다.이런 추세로 나가면 2000년대에는 모든 생물의 10%가,2020년대에는 33%가,2050년대에는 절반이 멸종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구 파괴현상은 물론 인간의 삶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인간이과학기술의 진보를 맹신(盲信)하면 할수록 자연계는 인간에 의해경멸당하면서 알게 모르게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령 인간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땅을 예로 들어보자.
농업발전을 절대 전제로 인간은 비료생산,살충제 개발,다수확 품종개량,광대한 정지작업,관개(灌漑)사업등 끊임없이 땅을 괴롭혀왔다.그로 인해 매년 수십억t의 토양(土壤)이 유실 되는등 땅이 속수무책으로 파괴되는 현상에 대해선 농업학자들의 논문에서조차 제대로 거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세계인구.산업화.공해.식량생산.자원고갈 등에서 현재의 성장추세가 변하지 않고 계속된다면 다가오는 1백년 이내 어느 때인가 지구 위에 성장의 한계가 도래(到來)하리라는 환경학자들의 전망도 무시되기 일쑤다.환경보호운동에 냉소적인 대다수 지구인들은 지구파괴에 대한 우려의 소리들이 나올 때마다 「늑대가 왔다고 외치는 소년」에 비유하면서 비웃어온 것이다.하지만 이젠정말로 늑대가 나타날 때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된다. 지구상의 환경 악화로 정치.경제의 난민(難民)보다 많은 2천5백만명의 「환경난민」이 발생하고 있다는 미국(美國)기후연구소의 발표가 이를 뒷받침한다.물론 그 대다수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다.그러나 당장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 라는 이유로 『한 사람이 죽으면 비극이지만 1백만명이 죽으면 통계에 불과하다』는 말만 되뇌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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