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조각? 차관 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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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군의장대가 25일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에 대비해 행사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이명박 당선인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아직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 협상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이 당선인은 12일 오전 9시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과 함께 긴급 연석회의를 열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뒤 “당 대표 등 전 의원들이 여당(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과 개별 접촉해 전방위로 설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이날 오후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곤 “정부조직 개편은 힘들더라도 꼭 가야 할 길”이라며 “이대로 가면 국정 공백으로 인한 엄청난 혼란이 불가피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의 대국민 담화도 겉보기와 달리 협상을 위한 압박의 성격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이 당선인이 무한정 기다릴 수만은 없는 처지다.

협상과 설득이 먹힐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그래서 이 당선인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끝내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이 당선인은 임시 조각(組閣)을 해야 할지, 아니면 장관 없는 차관 체제로 갈지 등을 놓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선 거론되는 방안이 ‘임시 조각’이다. 현재의 정부조직법에 따라 장관을 임명하되 개편에 따른 통폐합 대상인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해양수산부·여성부 장관은 임명하지 않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럴 경우 개편안이 통과돼도 살아남는 부처의 장관 13명에 통일부 장관과 특임장관 등 15명 정도의 국무위원만 발표하는 안이 유력하다.

예컨대 새로운 개편안에 따라 재경부와 기획예산처가 합쳐지는 기획재정부의 경우 일단은 현재대로 재경부 장관을 임명해 놓고 새 정부 출범 뒤 개정안이 처리되면 재경부 장관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다시 임명하는 방식이다.

조각 인선을 발표하되 ‘재경부 장관’ 같은 식으로 부처를 특정하지 않은 채 그냥 국무위원 후보자 15명에 대한 인사청문을 국회에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인사청문회 법에 ‘당선인이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요청한다’고 돼 있는 점에 착안한 방안이다.

아예 ‘차관 체제’로 가는 방안도 있다. 이 당선인이 장관을 임명하지 않고 차관만 임명한 채 일단 새 정부를 출범시키는 방식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차관 체제로 갈 경우 ‘경제를 살리겠다는데 정부조직법 개정도 협조해 주지 않는 통합신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모양새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어 이 당선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래서 막판에 통합신당 측과 극적인 타결을 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여전히 정치권에 남아 있다.

글=신용호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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