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 원자로"하나로"준공 원자력 자립시대 "성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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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원자력 독립의 횃불이 훨훨 타오르기 시작했다.지난 2월8일 점화(초기 임계도달)를 시작한 이래 서서히 출력을 높여온 한국형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KMRR.일명 「하나로」)가 마침내 오는 4월7일 충남대덕의 한국원자력연구소(소장 申 載仁)에서 준공식을 갖는다.하나로의 준공은 독자적인 원자력 기술개발을 국내외에 선포하는 일종의 「원자력 독립 선언」이다.
하나로 가동으로 당장 기대되는 것은 제2의 한국형 상업용 원자로 개발이다.
선진국의 기술이전 기피라는 열악한 조건속에서 한국형 표준원전1호기(울진 3,4호기)를 개발한 우리의 원자력기술에 하나로는엄청난 가속을 붙여줄 것으로 보인다.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란 말 그대로 여러가지 목적으로 사용토록설계된 원자로.마음만 먹으면 원자력에 관한 한 못하는 연구가 없을 정도로 기능이 뛰어난 것이 KMRR의 특징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핵연료는 우라늄농축도 19.7%의 「우라늄실리사이드」로 원전에 흔히 사용되는 이산화우라늄 분말보다 연구용으로서 성능과 안전성이 탁월하다.
하나로의 설계.건설을 주도해온 원자력연구소의 김병구(金炳九)원자로 개발단장은 『하나로는 우선 핵연료및 노(爐)재료 시험,동위원소 생산,중성자 빔 실험 등에 초점을 맞춰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연료및 노재료시험은 하나로의 기능중 핵심.최근 한국형 원자로를 개발해 놓고도 『성능이나 안전성등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뒷말에 시달려온 것은 그간 핵연료나 노재료를 시험할 만한 본격적인 연구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대 열중성자속(熱中性子束)5×/㎠.秒의 하나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핵연료는 물론 「듀픽」등 차세대 핵연료의 안전성까지도 검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 부분은 또 연구용 원자로와 발전용 원자로의 기능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열출력 30㎿의 하나로는 보통 상업용 원자로 출력 1백㎿의 30%수준이지만 발전에는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낮은 열출력에도 불구하고 상업용 원자로에 비해 단위면적.시간당 10배이상 많은 중성자를 균질하게 생산,상업용 원자로 10년을 가동해야 얻을 수 있는 핵연료.노재료 등에 대한 정보를 단 1년 가동으로 얻을 수 있다.때문에 전문 가들은하나로 가동으로 국내 원전의 안전성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로는 또 국내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량을 비약적으로늘려 동위원소 자급생산의 기틀을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원자력연구소 김재록(金載祿)원자로관리부장은 『하나로가 풀가동되는 2~3년후면 현재 1%미만인 동위원소 자급률이 40%로 크게 증대되며 금액기준으로는 연간 4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金박사는 특히 하나로는 진단.비파괴용 동위원소는 물론 치료용동위원소를 집중생산,동남아등에 수출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원자력연구소가 연세대등과 공동으로 동위원소인 홀뮴을 이용해 간암.피부암치료 등을 시도한 것도 이와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나로의 또다른 이용 분야는 중성자 빔을 이용한 물성(物性)실험.예컨대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핵융합에 사용될각종 첨단소재 역시 하나로의 중성자 빔을 이용해 성능을 검증할수 있다.
비슷한 예로 차세대반도체 개발에도 하나로는 톡톡히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하나로의 중성자 빔은 지난해 말 완공된 포항방사광가속기의 중성자 빔과 함께 국내의 기초과학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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