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연장 순례] 8. 테네리페 음악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8면

대서양을 건너 섬에 도착한 쾌속정에 달린 거대한 날개인가. 해변을 강타하는 큰 파도인가.

지난해 9월 26일, 착공 6년7개월만에 테네리페 음악당이 문을 열었다. 거북이처럼 생긴 원추형 건물의 지붕을 흰색 콘크리트로 덮은 반원형 장식물은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야자수 잎, 난초꽃, 깃털 달린 투구, 눈썹, 파도, 조개 등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남국의 해변 풍광과 잘 어울린다.

테네리페는 스페인 최고의 휴양지인 카나리아제도 중 가장 큰 섬이다. 테네리페 섬에서 가장 큰 도시인 산타크루스의 해변에 들어선 테네리페 음악당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나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처럼 해변에 들어선 문화 랜드마크다. 도시와 바다, 인간과 자연,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곳이다. 세계를 향해 먼 비상(飛翔)을 준비하는 문화의 발신 기지다.

산타크루스에서는 1970년대 초부터 콘서트홀 건립 필요성이 대두돼왔다. 처음엔 문닫은 투우경기장에 지붕을 씌워 콘서트홀로 개조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옛 시민병원 자리엔 '인간과 자연 박물관'이 들어섰다. 결국 테네리페 지방 의회는 해변 공원과 산타크루스 항구 사이의 로스 라노스 해변에 새 공연장 부지를 정했다.

스페인 발렌시아 태생으로 밀워키 미술관, 바르셀로나 몬주익 송신탑, 발렌시아'과학예술도시', 리옹과 빌바오 공항에 이어 올 봄 개관 예정인 애틀랜타 심포니센터를 설계한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53)의 작품이다. 높이 60m.너비 98m의 캔틸레버(내다지 들보)식 아치 지붕은 세비야에서 17개의 콘크리트 조각으로 만들어 배로 실어왔다. 건물 외벽엔 발렌시아에서 만든 흰색 세라믹 조각을 붙였다.

개관 기념공연 때는 스페인 소피아 왕비와 펠리페 황태자가 참석한 가운데 브루크너의'테데움', 베토벤의'황제 협주곡', 펜데레츠키의'로열 팡파르'를 연주했다. 테네리페 심포니가 상주하고 있는 심포니홀(1668석)은 오페라.무용 공연은 물론 국제회의도 가능하다.

천장의 사각형 격자 뒤에 숨어 있는 흡음 장치로 잔향 시간을 조절한다. 이밖에도 실내악홀(410석)을 갖추고 있다. (www.auditoriodetenerife.com)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