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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복원 어떻게 하나…원형대로 지어도 ‘600년 시대정신’은 소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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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화재로 소실된 대한민국 국보 제1호 숭례문 주변이 11일 아침 가림막으로 가려졌다. 화재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소실된 숭례문을 보고 있다. [사진=김형수 기자]

뼈대만 흉물스레 남은 숭례문 앞 광장에서 문화재청은 11일 ‘숭례문 복구 기본방침’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9시 문화재위원회를 긴급 소집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숭례문을 ‘옛 모습 그대로’ 되살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 복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또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

◇숭례문 전소, 왜 아쉬운가=서울 사대문 안에 고건축물은 많다. 그러나 600살 먹은 건축물은 숭례문뿐이다. 조선은 개국과 함께 도성에 8개의 대문을 세웠다. 그중 지금껏 남아 있는 유일한 건축물이 숭례문이다. 다른 건축물들은 임진왜란 이후 다시 중건된 것이다. 그래서 숭례문은 ‘서울의 역사’로도 불린다. 사실 목조건축물은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한국전쟁이란 대혼란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은 숭례문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는 매우 높다.

◇복원, 어떻게 되나=문화재청 이성원 차장은 “국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서울시 중구청이 관리를 맡았지만, 문화재청이 책임 소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순 없다”는 말을 꺼내며 복원 방침을 밝혔다. 이 차장은 “숭례문 복원 시 일제 때 변형된 좌·우측 성벽도 원형대로 되살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99년부터 중요 건축 문화재에 대한 정밀 실측을 실시하고 있다. 숭례문에 대해선 2006년 서울시 중구청이 182장에 달하는 정밀 실측도면을 작성한 바 있다. 또 60년대 초 숭례문 중수 공사 후 발간된 수리보고서도 복원을 위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도면을 바탕으로 한 기술적 복원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11일 오전 정부중앙청사에서 총리 주재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문화재 전문가, 학계, 관련 기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숭례문을 최대한 빨리 원형대로 복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복원 불가능한 숭례문의 ‘시대정신’=숭례문 복원에는 2~4년이 걸릴 전망이다. 또 현재 진행 중인 광화문 복원 공사에 비춰 볼 때 숭례문 복원에는 약 2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봉렬(건축과) 교수는 “숭례문에 대한 정밀 실측도면이 남아 있어 실태적인 복원은 가능하리라 본다. 그러나 문화재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진정성’이란 게 있다. 그게 바로 정신적·역사적 측면”이라고 말했다. 조선은 개국과 더불어 도성에 경복궁과 종묘, 사대문 등 왕조를 세우기 위한 핵심 시설들을 지었다. 600년이 된 숭례문에는 그러한 건국의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시간까지 복원할 순 없다. 그러한 ‘시대정신’은 복원이 불가능한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보 1호’라는 수식어가 ‘문화재 관리번호’에 불과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자유의 여신상’이 미국의 상징이듯 ‘숭례문’은 오랫동안 서울의 상징, 한국의 상징으로 쓰였다. 문화재계의 한 인사는 “서울과 한국을 해외에 알리는 각종 유인물에 숭례문의 야경이 등장한다. 대다수 국민에게 숭례문은 ‘국보 1호’로 각인돼 왔다. 이번 화재는 그런 자긍심에 상처를 준 것이다. 그 상처의 회복도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백성호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610년 숭례문의 나이. 숭례문은 조선 태조 7년인 1398년 완공돼 임진왜란과 병자호란과 같은 국난을 모두 이겨냈다. 1961년부터 63년까지 대규모 해체·보수 작업을 거쳐 610년의 명맥을 꿋꿋이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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