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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강한’ 해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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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나면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이 지하 6m 아래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지난해 11월 24일 낙성식을 한 경남 합천의 해인사 대비로전(大毘盧殿)에 설치된 첨단 화재 대응시스템의 작동 원리다. 숭례문 전소·붕괴 사건으로 화재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해인사 대비로전은 국내에서 최고 오래된 목조 쌍둥이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Vairocana, 산스크리트어에서 ‘태양’이라는 뜻으로 석가의 진신(眞身)을 높여 부르는 말)을 화재가 나면 안전하게 모시기 위한 첨단 장치를 갖추고 있다.

쌍둥이 목조 불상들은 2005년 7월 금칠을 다시 하는 과정에서 불상 내부의 묵서(墨書)가 발견돼 833년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국내 최고의 불상임이 확인됐다. 해인사는 보물급 쌍둥이 불상을 모실 전각을 새로 지으면서 화재가 가장 걱정이었다. 그해 봄 강원도 양양군의 낙산사 화재를 본 해인사는 화재 대응장치를 새 전각에 설치하기로 했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절에 화재가 나면 동종(銅鐘)까지 녹일 정도여서 목조불상의 안전한 보존법을 고민한 끝에 첨단 장치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2년여 공사 끝에 만들어진 대비로전 화재 대응시스템의 핵심은 불상 좌대(座臺) 하강 장치다. 불이 나면 대비로전 입구에 달려 있는 화재자동감지장치가 신호를 하강시스템으로 보낸다. 이 장치는 열이 아닌 신문지를 태우는 수준의 불꽃도 감지한다.

화재가 감지되면 승강기가 작동해 불상이 지하로 내려간다. 지하 6m 깊이에 폭 2.6m, 길이 5.6m, 높이 3.7m 크기의 대피실은 두께 30㎝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화재에 안전하다.

불상이 대피실 바닥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분. 불상이 내려가면 지하 2.3m와 지하 4.3m 지점에 있는 이중 방화문이 차례로 닫힌다. 내화벽돌로 만들어진 1차 방화문은 불상이 내려가면 2분30초 뒤에 닫히도록 설계돼 있다.

 합천=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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