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의 Winning Golf <40> “언니야, 나도 우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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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16면

골프에서 스코어를 잃게 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스윙 테크닉 부족, 둘째 어렵게 설계된 코스, 셋째 스스로 파는 함정.

이 중 ‘스스로 파는 함정’은 스윙 테크닉 부족이나 코스의 어려움과는 정말 다른 문제다. 앞의 두 요인은 ‘현재’ 상황에서 골퍼의 능력 밖에 있는 문제다. 하지만 스스로 파는 함정은 골퍼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특히 파5 홀에서 스코어를 터무니없이 늘리는 골퍼라면 신중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세컨드 샷과 서드 샷의 개념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의 불어나는 타수는 첫 번째 단추부터 잘못 끼웠기 때문일지 모르니까.

즉 ‘이 홀은 버디 홀인데…’ 또는 ‘잘하면 2온이 가능한데…’라며 스스로 최면에 빠져드는 경우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골프에서 ‘버디 홀’은 없다. 단지 버디를 가능하게 하는 ‘좋은 한 샷’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답은 명료해진다. 그 같은 ‘굿 샷’을 어느 지점에서 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세계적인 톱 랭커들은 한결같이 ‘다음 샷을 어디에서 할 것인지’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다음 샷을 하는 지점이란 골퍼의 의지와 관계없이 공이 멈춰 선 지점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클럽을 기준으로 정타가 됐을 때 그 공이 어디쯤 멈춰 설 것인지, 그리고 그 지점이 행운의 샷을 가능케 할지 재앙을 불러올지는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적지 않은 골퍼가 상대가 우드를 꺼내들면 공이 놓인 위치나 상태와 관계없이 “언니야, 나도 우드!”라고 외치기 일쑤다. 그러고는 자신의 샷 가운데 가장 취약한 지점인 40~50야드 거리로 볼을 몰아넣고 만다. 그나마 페어웨이에 볼이 멈춰 서면 다행이지만 볼이 잠기는 러프 쪽이나 경사지로 굴러 들어가게 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진다.

이런 일들은 모두 ‘다음 샷’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생긴다. 다음 샷을 조금이라고 의식했다면 2온의 가능성이 적은 무리한 우드 샷보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거리에 공이 멈춰 서도록 클럽을 선택했을 것이다.

몇 주 전 필자도 이런 경험을 했다. ‘포대그린’이어서 어려움은 있었지만 항상 2온의 유혹에 빠지는 파5 홀에서 일어난 일이다. 필자는 3번 우드를 휘둘렀지만 공은 그린에 못 미쳐 20야드를 남겼다. 반면 동반자인 호주의 시니어 투어 프로는 아이언 샷으로 그린에 70야드 정도 못 미친 페어웨이에 공을 세웠다.

필자는 경사지 러프에서 서드 샷을 했고 간신히 파를 지켰다. 그러나 그 시니어 투어 프로는 멋진 로브 웨지 샷으로 핀 1m에 공을 떨어뜨린 뒤 가볍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필자에게 윙크를 보냈다. 그는 4개의 파5 홀 중 3개의 홀에서 이 같은 코스 공략
으로 버디를 기록했다.

만약 70야드 범위 내에서 10야드 단위로 끊어 자유자재로 볼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의 골퍼라면 그린 주변 어디든 ‘함정’을 파도 괜찮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샷을 할 지점을 단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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