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에게 유산 상속 하고파" 日 상담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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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애완동물이 힘들지 않게 유산을 남겨두고 싶어요”.

일본에서 애완동물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유산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고 인터넷판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민법상 애완동물에게는 직접 유산을 남길 수 없기 때문에 애완동물을 돌봐주는 조건으로 가족 이외의 제3자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유언장을 만드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고령화 시대와 핵가족화에 따라 애완동물 애호가들이 증가하는 일본 사회에서 애완동물에게 유산상속을 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도쿄(東京)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행정 사무사 이토 히로시는 “5년 전 애완동물에게 유산을 남길 수 있느냐는 상담을 처음 받았는데 이후 50여건의 상담이 잇따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민법상 애완동물은 ‘물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산 상속인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부모를 돌보는 조건으로 유산을 남긴다’ ‘가업을 잇는다면 토지를 상속한다’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애완동물을 돌보는 사람에게 유산을 상속한다’는 조건을 걸어 유언장을 작성할 수 있다. 이토 히로시는 “지금까지 3명이 실제로 이와 같은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유언장을 작성한 사람 중 한 명은 70대 여성인데 자신이 키우던 애견에게 1500만엔(약 1억3000만원)의 유산을 남겼다. 남편과 사별한 이 여성은 독신생활을 하면서 개를 키우게 됐다. 또 다른 두 명은 모두 고령자로 자신의 애완동물을 돌보는 조건으로 3억~5억원의 유산을 물려주는 유언장을 만들었다. 유언장은 공정 증서로 작성됐으며 이와 함께 상속자로부터 애완동물의 먹이 횟수나 산책 빈도 등 구체적인 의무 사항을 명시한 각서를 받았다.

애견에게 유산을 상속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고령자뿐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애완동물에 관한 법률 상담을 해주고 있는 한 행정 사무소에 따르면 수 많은 여성과 애완동물 애호가들이 유산 상속에 대한 상담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애완동물 관련 법률 문제를 다뤄오고 있는 변호사 요시다 마스미(오비히로 축산대 교수)는 “섣불리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애완동물에게 정말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 사전에 제대로 판단해야 하고 질병이나 긴급시의 대응까지 세밀하게 결정해 각서에 명기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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