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북녘동포>21.사회풍속도 10.점쟁이와 미신도 성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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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점술이나 미신은 금지돼 있다.
직장이나 군에서는 미신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자주 교양한다(김선일.32).당국은 불순분자를 평양에서 소개(疎開)하는 몇차례 과정에서 점쟁이를 모두 평양에서 추방했다는 것(김명철.35).
그러나 관상가와 점술가가 전국 도처에 있다.심지어 무당도 있다는 것.주민들은 직장의 미래,사업,건강및 혼사,자녀문제등에 대해 점을 본다.용하다는 점쟁이의 집은 문전성시라고 한다.
점쟁이와 관상쟁이가 가장 흔하다.사주(四柱)풀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역서를 보며 운세를 짚어 주는 경우도 있다(고운기.45).때로는 부적도 쓴다.
외화벌이 지도원 김명철씨는 『개천에서 점을 볼때 점쟁이가 부적 태우는 것을 보았다』며 『점보는 것은 비밀리에 하므로 점쟁이는 아는 사람만 봐준다』고 말했다.
외교단 사업총국에서 근무한 고운기씨는 『88년 해외근무를 지시받고 외교단 사업총국에서 잘 알려진 점쟁이에게 점을 봤다』며『점쟁이가 부적만 있으면 총칼을 피할 수 있다면서 복숭아나무.
느티나무 껍질을 벗겨 창.칼 모형을 만든뒤 손주 머니 안에 넣은 「예방용 부적」을 만들어 주었다』고 했다.원피스 한벌을 복채로 내놓았다는 것.
복채는 화폐로 20원 정도가 일반적이고 농촌에선 쌀 2㎏의 한됫박이 기준.술을 몇병 들고 가는 경우도 있다(안혁.27,황광철). 여만철씨 부인 이옥금(45.여)씨 체험.
『함흥에는 점치는 사람이 많다.탈북 직전인 94년2월 동흥산구역 점집에 갔다.남자들이 보고 있어 기다리다 들어갔는데 점치는 동안에도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 들어왔다.
7순 가까운 할머니가 남편이 별을 달았다가 떼었다는 것과 시집 조상묘중 역묘(逆墓)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점을 본뒤 남편에게 물어보니 맞다고 했다.또 아이들 위가 나쁘다는 것도 맞혔다. 동행한 친구는 모친상을 당한뒤 자꾸 앓았는데 점쟁이는 어머니 묘자리를 잘못 쓴 탓이라고 했다.』 주부들이 주로 점보러다니지만 최근에는 젊은이들도 점보는 신풍속이 생겼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점보러 다니면 욕하는 분위기였다.내가 근무하던 탁아소의 한 아줌마가 점을 보고 오자 사람들이 「아까운 돈 함부로 쓴다」며 욕했다.80년대 중반 시어머니가 점보고와서는 「젊은 남자가 점을 보러 왔더라」며 비웃었 다.당시만 해도 50~60대 여자들이나 다녔다.
그러나 80년대 말 이후에는 젊은 사람들이 궁합을 보러 많이간다.내가 살던 인민반 23가구중 4~5명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다 점을 친 경험이 있다』(이옥금).
평양에도 점쟁이는 있다.소련 도네츠크공대 유학생 정현(鄭顯.
30)씨는 『88년 겨울 유학생 강습차 평양에 돌아와 대동강 양강도 호안공사에 동원된 적이 있다』며 『이때 60세쯤 된 할머니가 공사장을 돌아다니며 학생들 관상을 보아 주 었으며 학생들은 별다른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점쟁이는 주로 60세 이상의 할머니들이 많다.그러나 30세를갓넘은 젊은 점쟁이도 생겨났다.
이옥금씨는 『함흥에서 살때 자강도에서 머리하는 약을 구하러 온 사람이 「서상동에 용한 젊은 점쟁이가 있다는데 알려달라」며찾아온 적이 있 다』고 말했다.
김일성(金日成).김정일(金正日)부자의 일정도 점술인들의 점괘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청진의대생 윤웅씨 증언.
『어렸을 때 친하게 지내던 이길복이라는 36세된 여자가 있다.91년 평양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경성의학전문대학을 졸업하고청진의대 통신부를 나온뒤 김일성부자나 고위간부의 길방향,날짜,타고 갈것등을 점쳐 준다」고 말했다.자신이 점치는 것을 강성산(현 정무원총리)이 실험한뒤 잘 맞히자 김정일에게 보고돼 이 일을 맡게됐다고 했다.이길복은 또 김부자 밑에는 이미 전문적인점쟁이 그루빠가 있어 면담을 거쳐 이 그룹에 소속됐고 당중앙위지도원과 위장결혼해 창광거리 아파 트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고운기씨는 『88년 해외나가기 전 나를 점친 점쟁이는 안전원이나 보위원들도 고객이었다』며 『이 점쟁이가 「김일성이 말타고 계속 올라간다.아주 불길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동만(43.가명)씨는 『우리집에도 40세 정도의 여자가 와서 관상을 보았는데 평양의 고위간부들은 점쟁이를 집으로 불러들여 점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증언했다.
***무속과 고사 굿을 하거나 고사를 드리는 경우도 많다.
『개천에 무당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간부들도 온다고 한다.
10원 내고 손금 보는데 띠에 따라 운수가 어떻게 된다는등 애들에게 설명하므로 소문이 난다』(김형만.21.가명).
요덕 15호관리소에서 수용자생활을 한 안혁씨 증언.
『89년 수용소에서 나오자 아버지가 액풀이를 하자며 무당할머니를 불러 굿을 했다.징은 치지 않았지만 돼지머리와 오곡을 준비했다.나는 키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평양에서 적발된 유명한 굿풀이는 93년 초 제일백화점 사건이다.
평양시당 조직부 검열과에서 제일백화점을 수사하다 액풀이를 발견,관계자를 추방한 것이다.오리에 모자를 씌우고 양복을 입힌뒤오리목을 쳐 피를 온 집안에 뿌렸다(김동만).
조승희(34.여)씨는 『옆집에서 간질병을 고치려고 고사지내는것을 보고 용한 점쟁이의 소재를 물어 두번 점을 봤지만 맞는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이옥금씨는 『점쟁이가 밤 12시에 물 한 사발 떠 놓고 모시기를 1주일 동안 하라고 해 그대로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제사를 지낸뒤 고수레하며 제사밥을 던지기도 한다(고청송.34).
***단 속 미신반대는 당의 주요 사업이다.최근에도 미신반대사상투쟁 강연자료가 계속해서 내려오고 있다는 것(김동만).
용하다는 점쟁이는 안전원이나 당간부들도 찾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실효성 있게 되지않는 형편이다(고청송.허철).강계에서는 유명한 점쟁이에게 도당.시당 간부가 몰래 찾아간 실례가 있다(이철수).
사회안전부 출신 여만철씨(51)씨의 증언.
『89년 함주군 안전부에서 범죄자를 놓친 일이 있었다.분주소장이 3일 기한을 주고 다시 잡아오라고 닦달하자 안전원이 점쟁이를 찾아갔다.점쟁이 말에 따라 벌판의 옥수수대 더미를 뒤졌더니 범인이 자고 있더라는 것.
이 소문이 퍼져 함흥시 구역정치부장도 알게 됐는데 이후 살인사건이 나자 구역정치부장이 점쟁이를 찾아가라고 말한 적도 있다.』 92년 탈북을 앞두고 무당을 찾은 적이 있다는 안혁씨 경험담. 『박은숙이라는 송림의 애기무당은 굉장히 유명했다.얼마나신통한지 죽는 사람 날짜까지 맞힌다고 소문났다.중앙당에서도 점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92년 봄 찾아갔더니 안전부에잡혀가 점을 보지는 못했다.그런데도 사람들은 돌아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점쟁이의「의사」역할 주민들은주로 신병치료차 점쟁이를 찾는 경우가 많다.이들의 처방이 병치료를 신통하게 잘 해서 평양으로 불려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고운기).
『맏형수어머니가 침놓는 점술가였는데 「귀신물러가라」하면서 침을 놓았다』(고청송).
정진만(47.벌목공)씨의 증언.
『남포 우산리 점쟁이는 40대 남자였는데 관상도 보고 약도 지어주었다.특히 애가 없는 사람은 이 사람이 지어주는 약을 먹고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많아 남포에선 유명했다.중앙당간부나 군간부도 찾아와 치료받았다.
안전부에서 단속하려 했지만 고위간부가 놓아두라고 해 치료를 계속했다.남포시 동의과(한방)병원에서 이 사람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이 사람이 약을 지어주기도 했다.
한번은 아이가 없는 인민무력부 장성이 부인과 찾아온 적이 있는데 점쟁이가 「여자가 처녀때 애를 다 낳아 더이상 애가 없다」고 하자 장성이 여자를 두고 가버린 적도 있다.』 윤웅씨의 증언. 『32세된 철도대학생이 풍수지리학에 뛰어나 점을 치고 돈을 받곤 했다.기상전문대학을 졸업해 천문지리에 밝았고 점성술이나 사상의학 계통의 책을 많이 읽은 탓인지 잘 맞혔다.당간부들도 외화바꾼돈 20~30원을 주면서 점을 보곤 했다.
처방은 부적과 한약을 만들어 주는데 내가 찾아갔더니 「93년12월이면 감옥에 간다」며 부적을 만들어 주었다.』 침놓는 점쟁이도 많다(고청송.고운기).
김동만씨의 증언.
『92년 9월 강원도 도안전국장이 자동차사고로 다리를 다쳐 간부특각에서 요양했다.도안전국장은 2각에 있고 여연구가 1각에있었다.도안전국장이 「여연구가 강원도에 자주 내려 오는데 다른병원에서 고치지 못하는 병을 30세의 이혼한 여자가 잘 낫게해2년째 치료받고 있다.
이 여자는 원래 병에 걸렸다가 신이 내렸는데 관상을 보고 손침으로 치료한다.원래는 도안전국 미신대상자였는데 여자가 잡히자여연구가 보증을 해 병원에 있는 사람에게 자격증을 주는 의학재교육대학에 다니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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