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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위기 어디까지-本社.삼성경제硏 토론회(내용 요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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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中央日報社는 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 16일 오후 삼성경제연구소 회의실에서 최근의 동향과 앞으로의 전망,그리고 우리의 대응책 등에관한 토론회를 가졌다.임동승(林東昇)삼성경제연구 소 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는 왕연균(王然均)중앙대교수가 「최근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과 달러가치」란 제목의 주제발표를 했으며박진근(朴振根)연세대교수와 김준경(金俊經)KDI연구위원,오구마히카루(大외暉)동경은행 한국 총 지배인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編輯者註] ▲사회=멕시코의 페소貨 급락에 이어 달러 가치가 대폭 하락함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있습니다.우선 최근의 현상과 발생 요인을 과거와 비교한다면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박진근교수=지난 85~87년에는 과대평가된 달러貨의 가치가조정된 것인 반면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低평가된 엔貨 가치가 일본의 경제구조에 맞게 합당한 수준으로 높아지고 마르크貨가 상승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구마 총지배인=미국의 누적 채무가 7천억달러 선에 이르는데 이는 일본의 대외 채권규모와 거의 같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이것이 85~87년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입니다.
또 과거와 달리 국제 금융거래 규모가 하루 1조달러 이상 크게 불어난 것도 불안요소 중 하나입니다.파생금융상품이 생겨나 거래가 복잡해진 것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사회=달러가치의 하락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준경위원=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기본 원인입니다.여기에 멕시코 외환위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겹치고 있습니다.이때 미국과 멕시코간의 무역은 상당부분 위축될 뿐 아니라 미국에는 14만여명의 실업자가 생겨나고 불법이민도 늘어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이것은 미국의 적자기조가 지속되는 원인이 될것입니다.
▲왕연균교수=미국은 멕시코뿐 아니라 남미에 직접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남미 국가들이 흔들리면 이곳에 투자를 한 미국이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이것이 달러 약세를 부채질할 것은 분명합니다.
또 실질금리 차이도 중요한 원인입니다.앞으로 독일금리는 오르고 미국금리는 더 내릴 것으로 보여 달러 가치에 더욱 영향을 줄 것입니다.
▲오구마 총지배인=달러약세의 기본원인은 달러가 기축(基軸)통화로서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금융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그에 비해 달러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또 미국은 지금까지 해외에서 돈을 빌려 중남미에 투자해 왔습니다.잉여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입과 투자의 순환이 잘 이뤄져야 하는데 이것이 막혀 위기가 발생한 것입니다.
▲사회=최근 달러貨 하락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응도 과거와 달랐는데 그 원인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金위원=미국은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증시와 채권이 활황을보이고 있습니다.또 수출증가에도 효과가 있어 경상수지 적자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이 때문에 미국은 달러약세를 심각하게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금리정책이나 외환지지 등을 통해 달러를 방어할 생각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오구마 총지배인=미국은 달러 약세가 미국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달러貨에 대해 엔貨만 오른게 아니라 마르크貨도 동반상승했습니다.이는 달러 약세의 원인이 미국측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이번에는 달러貨가 과연 기축통화로서의 위치를 계속 유지할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金위원=93년 세계 전체 외환보유고의 구성을 보면 달러貨가61.4%,마르크貨가 16.1%,엔貨가 9%입니다.
기축통貨가 되려면 기축통화국의 인플레가 낮아야 하고 외환.자본거래가 자유화돼 금융시장이 발달돼 있어야 하며 수출입 결제에서 자국통화 비중이 높아야 합니다.
일본의 인플레는 낮습니다.그러나 미국.영국에 비해 국.공채시장등 인프라시장이 취약합니다.수출입 결제의 비중도 달러는 물론마르크에 비해서도 낮습니다.엔貨가 기축통화로서 달러와 경쟁하려면 앞으로 상당기간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오구마 총지배인=앞으로 엔貨 가치는 계속 상승하겠지만 기축통화로서의 엔貨의 역할에는 불행하게도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달러가 과연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그러나 엔貨가 그 자리를 대치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입니다.
▲朴교수=국제적인 수용성이 문제입니다.기축통화는 성격상 단순한 경제차원을 떠나 국제 정치.경제질서를 이끌어가는 주체국의 통화가 돼야 역시 국제적인 수용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현재 일본이 국제 정치.경제질서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비춰 과연 그런 코스트를 지불하고 미국의 지위를 대체할 의사가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사회=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에는 큰 변함이 없다는 결론이군요.그럼 올 연말의 달러가치를 전망해보기로 하겠습니다.
▲王교수=연말에는 달러당 80~85엔 정도로 내려갈 가능성이있습니다.
▲사회=달러가치 하락은 실질적인 원인보다 패닉,즉 심리적 동요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이것이 진정되면 달러당 90~95엔까지도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데요.
▲朴교수=급격하고도 추가적인 환율변동은 결코 미국경제에 이롭지 않으므로 미국도 이를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이런 점을 감안할 때 연말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90엔 전후가 되지 않을까생각합니다.
▲오구마 총지배인=종합적으로 보면 앞으로도 엔이 더 강세를 보여 올해중 달러당 80엔대까지 이를 가능성이 있습니다.그러나연말이 되면 달러당 90엔정도로 돌아설 것입니다.
▲金위원=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무역수지 불균형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엔貨가 장기적으로 절상되는 것은 불가피하지 않을까요.선진국간 달러약세 저지를 위한 정책협조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연말에는 달러당 85~90엔대 의 강세를 지속할 것입니다.
▲사회=마지막으로 엔高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말씀해 주십시요.
▲王교수=환율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물가.임금.금리가 안정돼야합니다.원貨의 지나친 평가절상은 경계해야 합니다.
▲朴교수=대일(對日)수입의 가격탄력성은 매우 낮습니다.이 때문에 엔貨환율의 변화는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비슷한 처지의 홍콩.대만.싱가포르.중국도 우리와 똑같이 엔高를 누리고 있습니다.엔高가 없을 때나 마찬가지라는 것이지요.결국 지나친 기대보다 엔高가 국민경제에 주는 불안요인에 유의해야 합니다.
▲金위원=엔高가 장기화되면 경상수지 개선에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그러나 수입단가가 오르고 물가도 우려됩니다.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거시정책에 포커스를 맞춰야 합니다.특히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합니다.
▲오구마 총지배인=한국 기업들은 환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노력을강화해야 할 것입니다.또 이번 기회를 산업구조가 고부가가치화 하는 쪽으로 조정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이와 함께 선진국과의 기술제휴를 통해 첨단부품설비의 상당부분을 개 발,수입대체하는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정리=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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