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U-보트’ 64년 만에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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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잃어버린 함대’라는 별명이 붙은 독일 U-보트 잠수함(사진) 3척이 실종된 지 60여 년 만에 흑해 바다 밑에서 발견됐다. 터키의 해양 전문가 셀주크 콜라이 팀은 U-20과 U-23, U-19가 터키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콜라이 팀은 이번 주 영국 플리머스에서 열리는 해양고고학회에서 이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4일 보도했다.

콜라이는 U-23의 함장이었던 루돌프 아렌트 등 생존 선원들을 면담, 해저 음파탐지기로 탐사하고 독일의 문건 기록을 조사해 잠수함 위치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보트 3척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4년 8월 흑해 수역에서 독일 정부의 지시를 받은 승무원들이 배에 구멍을 뚫는 바람에 침몰했다. 독일군 지휘부는 배를 침몰시켜 영원히 역사의 미스터리로 남기려 했다. 함장 등 승무원들은 독일 본토로 복귀하려다 연합군에 붙잡혀 터키에 억류됐다.

이번에 발견된 3척은 작전 도중 이미 가라앉은 나머지 3척과 함께 루마니아 콘스탄차 항을 기지로 소함대를 구성해 연합군에 큰 타격을 가했다. 약 2년 동안의 흑해 작전에서 수십 척의 연합군 선박을 침몰시켰다. 그러나 독일군에 협조하던 루마니아가 돌연 연합군 편으로 돌아서자 더 이상 U-보트 함대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터키가 보스포루스 해협과 다르다넬스 해협을 봉쇄해 독일로 귀환하는 길도 막혔던 것이다.

원래 이 U-보트 함대는 발트해에 위치한 독일 북부 킬 항을 기지로 활동했다.  

41년 소련을 침공한 독일은 소련 해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킬 항의 U-보트 함대를 흑해로 이동 배치키로 결정했다. 소련 해군의 유일한 항로인 보스포루스 해협을 봉쇄해야 했기 때문이다. 킬에서 흑해까지는 3200㎞가 넘는 긴 여정이었다. 독일은 먼저 잠수함들을 해체해 도로와 운하, 엘베강 등을 통해 바이에른주의 잉골슈타트로 이동시켰다. 이후 다시 다뉴브강을 거쳐 루마니아의 콘스탄차로 옮긴 뒤 현지에서 재조립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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