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유리천장"의 차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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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벽(壁)을 상징한다.직장여성들이 승진에서 당하는 차별이다.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현실적인 「상한」(上限)을 의미한다.87년 경영자문가 앨리스 사전트는 워싱턴 포스트紙에『미 국(美國)의 직장여성들은「유리천장」에 머리를 부닥뜨리고 있다.올라갈 곳은 뻔히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천장때문에 중역실로 올라갈 수 없다』고 이 말을 처음 썼다.「천장」은 여성들만이 아니고 흑인과 아시아계등 소수인종의 남성 역시 마찬 가지다.
「부러진 사닥다리」「거대한 벽」등으로 표현되는 성(性)별.피부색깔별 차별은 갈수록 긴장을 불러온다.이를 깨기 위한 초당적(超黨的)「유리천장위원회」가 3년전 로버트 돌 상원의원의 부인인 엘리자베스 돌 당시 노동장관 주도로 발족했다.그 녀는 하버드 로 스쿨을 다닐때『여자가 법률공부를 해 어디다 써먹으려느냐』는 핀잔을 남학생들로부터 자주 들었다고 한다.
이 위원회가 3년만에 만든 첫 보고서는 한마디로 실망이다.전체 근로자의 46%가 여성이지만 2천개 주요기업의 경영관리직은97%가 백인남성들 차지라고 한다.중간관리직은 그래도 여성이 40%를 점하지만 흑인여성은 5%,흑인남성과 여 타 인종은 더욱 적다.위원회 의장인 라이시 현 노동장관은『미국적 모양새와는너무 동떨어진다』고 개탄이다.
클린턴 백악관의 참모진영은「무지개연립」을 표방한다.여성과 흑인등 다양한 피부색을 골고루 등용(登用)한다는 자랑이다.여성및흑인중에서 적임자를 찾느라「사서 고생」도 한다.그러나 천장 깨뜨리기는 지금도 과시적(誇示的)정책의 차원에 머 무르고 있다.
「유리천장」을 구성하는 장벽은 3개라고 한다.교육제도나 사회관습 때문에 훈련되고 자질(資質)을 갖춘 여성이나 소수인종 인력의 절대수가 부족한 경우다.일종의 사회적 장벽으로 이는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선다.여성이나 소수인종의 채용과 등용을 꺼리는기업문화등 내부의 구조적 장벽이 그 둘째다.차별을 방치.묵인하는 정부당국의 무관심 역시 제도적 장벽으로 간주된다.퍼스트 레이디가 설치고,여성들이 대법원판사가 되고 정부의「입」까지 대변한다는 미국이 이 정도다.
여성장관 기용등 우리의 흉내내기도 아직은 구색용(具色用)이다.「사닥다리」를 오르는 여성들의 숫자 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유리천장의 사회적 두께 또한 매우 두껍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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