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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영화] 코끝이 찡 … 감동의 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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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슴 한구석이 좀 따뜻해지는 영화 없을까. 액션도 좋고 코미디도 좋지만, 영화는 뭐니뭐니 해도 감동 아닌가. 이번 설에는 가족이 같이 볼 휴먼 드라마를 표방한 작품이 여럿 있다. 아줌마들의 근성을 보여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아직 못 봤다면 제사 음식 장만을 끝낸 오후 여성들에게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아줌마 핸드볼 선수들의 건강한 에너지에 나도 모르게 감염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선물 귀휴’는 ‘낳은 정이냐 기른 정이냐’는 고전적인 주제를 두 남자의 굵직한 연기로 풀어냈다. “이래도 안 울래?”라는 듯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보는 이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황정민·전지현 주연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자신을 잠시 능력을 잃어버린 ‘슈퍼맨’이라고 주장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초현실적 존재를 통해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게 해준다.

‘명장’은 외양은 액션 블록버스터지만 들여다보면 의형제를 맺은 세 남자의 의리와 그로 인한 갈등이 진하게 녹아있는 드라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을 차지한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소재로 했다. ‘아줌마 선수 3인방’으로 등장하는 문소리·김정은·김지영의 연기 앙상블은 아줌마의 특징이기도 한 노련미와 완숙미 그 자체다. 예쁘게 보이는 데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장면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여배우들의 모습은 금메달 못지않은 은메달을 따냈던 선수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왕년의 핸드볼 스타 미숙(문소리)은 남편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빚쟁이들에게 툭하면 멱살잡이를 당하는 신세다. 소속팀이 해체되는 이중고를 겪으며 대형마트 판매사원으로 근근이 생계를 잇던 그에게 예전의 라이벌 혜경(김정은)이 나타나 대표팀 합류를 요청한다. 이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핸드볼 선수들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감동하라”고 누가 강요하지 않는데도 극장을 나올 무렵 가슴 한구석이 싸해지는 수작이다. 감독 임순례. 전체 관람가.

◆마지막 선물 귀휴=귀휴는 장기 복역수에게 주어지는 짧은 휴가를 뜻한다. 살인을 저질러 무기수가 된 태주(신현준)는 10일간의 귀휴를 받는다. 오래된 친구이자 형사인 영우(허준호)의 부탁으로 희귀병을 앓는 영우의 딸 세희(조수민)에게 간 이식을 해주기 위해서다.

간 이식에는 관심 없이 틈만 나면 탈출을 시도하던 태주는 어느 날 세희와 자신 사이에 얽힌 믿을 수 없는 비밀을 알게 된다. 가능한 모든 극적 장치를 동원해 관객을 울리려고 애쓴다. 그런 뻔한 속이 들여다보이긴 하지만, 다행히 신현준·허준호의 연기가 어느 정도 바람막이가 돼준다. 특별출연 하지원. 감독 김영준. 15세 이상 관람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수정(전지현)은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는 휴먼다큐 프로의 PD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눈물을 쥐어짜내야 하는 ‘억지’ 감동을 너무나 싫어한다. 어느 날 그는 “내 머리 속에 크립토나이트(슈퍼맨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광물)가 들었다. 나는 슈퍼맨이다”고 주장하는 이상한 남자(황정민)를 만난다.

자칭 슈퍼맨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지구를 태양에서 밀어내자며 물구나무를 서는 등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다. ‘작은 것이 세상을 바꾼다’는 메시지, 그리고 슈퍼맨의 선한 의지 자체는 누구나 공감할 듯하지만,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들이대는 화법이 문제다. 감성 풍성한 판타지가 될 수 있던 작품이 윤리교과서가 돼 버린 인상은 어쩔 수 없다. 감독 정윤철. 전체 관람가.

◆명장=천커신 감독을 ‘첨밀밀’로만 기억했다면 이제는 ‘명장’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한다. 볼거리와 선명한 주제의식 양쪽을 골고루 신경쓴 인상이다. 태평천국의 난으로 혼란했던 19세기 중반 중국을 무대로 세 남자가 의형제의 연을 맺는다. 전투에서 패한 장군 방청운(리롄제)과 도적떼 두목 조이호(류더화), 심복 강오양(진청우)이다.

먹고살기 위해 남을 약탈하던 조이호와 강오양은 방청운에게 자극을 받아 세상을 평탄케 하는 영웅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는다. 그러나 세상은 세 남자를 복잡한 운명 속에 빠뜨린다. ‘영웅본색’류의 청나라 시대 버전이다. 여성 입장에서는 “피로 맺은 의형제를 해치는 자, 죽음으로 갚을지어다” 같은 맹세에 우직하리만치 매달리는 남정네들이 이해난망일 수도 있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기선민 기자

◆아세요? 설

설 음력 정월 초하룻날이다. 한자로는 원일(元日)·원단(元旦) 등 다양하게 표기된다. 대개 한 해의 첫날임을 뜻한다. 신정(新正)으로 일컬어지는 양력 설의 상대 개념으로 구정(舊正)이라고도 한다. 음력의 전통이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 설은 보통 구정을 뜻한다. 1989년 음력설을 설로 개칭하고, 전후 하루씩을 포함하여 총 3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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