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大宇떠나 이수화학 회장맡은 金埈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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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수화학 회장직함으로 이 회사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게 된 자식(3남 金相範변호사.34)뒤나 봐 줄까 해요.
여기서는 정식 일이 없으니 내가 쓴 5권의 창작집을 내년에 전집으로 묶어 내는 일이나 열심히 해야겠어요.』 스스로를「경제인이자 현역 소설가」라 표현한 김준성(金埈成.75)㈜대우회장은17일자로 이수화학 회장으로 옮긴 이유를 대뜸 이렇게 설명했다. 만 7년간 사돈인 김우중(金宇中)회장을 도와 대우의 2인자역을 맡아 잘 해왔는데 왜 갑자기 이수로 비켰느냐는 물음에『그룹기조실과 운영위를 없앴으니 이제 내가 김우중회장을 대리할 일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우의 고문등으로 남아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우수한 후배 회장들이 많은데다 솔직히 자식사업이나 돕고 글이나 쓰자는 욕심에서 옮겼다』는 답변이다.
대우 계열사는 아니지만 김우중회장은 대우와 관계가 많은 이수화학 경영권을 사위이자 대우 해외법제실 팀장이던 김상범부사장과큰딸 선정(宣庭.30)씨 부부가 행사할 수 있도록 배려한 듯 하다. 합성세제원료인 연성 알킬벤젠과 윤활유등을 연간 2천여억원씩 파는 짭짤한 회사에 김준성회장 부자가 자리를 잡은 셈.
金회장은『경영지도를 잘 하면 2~3년안에 회사가 배로 크지 않겠느냐』며 웃는다.
그러나 서울 반포전화국 맞은 편 이수빌딩 8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는 업무보고서도 몇몇 보였지만 원고뭉치가 더 많이 눈에띄었다. 우리 나이로 77세(喜壽)를 맞는 내년에 창작전집을 새로 내기 위해 과거 작품원고를 모두 가져다 일일이 다시 손보고 있었다.
집에서도 저녁에 시간을 정해 놓고 보지만 올 1년 내내 사무실에서도 별일 없으면 이 일을 주로 할 생각이다.
『지난해말에 낸「양반의 상투」는 2만5천권이 나가는등 꾸준히팔리고 있어 기뻐요.5년전에 낸「먼 시간속의 실종」은 지금 좀고치고 있는데 7만5천권이 팔렸고 당시 3개월간 베스트 셀러였지요.』 한은총재.경제부총리를 지낸 쟁쟁한 관록의 원로경제인으로 더 머리에 박힌 그의 지금 모습은 오히려 문학청년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내친 김에 문학과 관련해 앞으로 계획이 뭐냐고 묻자『한 때 삼성의 故 이병철(李秉喆)회장 전기를 써볼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다 생각이 불어나 내년부터 한 1년구상해 한국 기업인을 테마로 한 장편 기업소설을 하나 써볼까 해요』라고 밝힌다.
한국기업인들이 경제에 기여한 공적이 간과되는 만큼 정당한 평가를 위해서도 기업인을 부각시키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다.
한때 한국 경제정책의 리더였던 그가 기업인 소설을 쓰겠다는 것은 다소 뜻밖이었다.
그러나 자신은 기업인.은행가.관료등을 두루 거친 만큼 기업측에 있다고 해서 결코 기업편만을 들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최근 경기문제를 놓고 정부와 재계가 다소 불편했던 점을 지적하자 그는『지금 정부 경제정책은 기본적으로 올바르다고 생각해요.기업활동도 옛날보다 자유롭고 수출도 잘 되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임금인상보다 낮은 생산성.높은 금리와 기술개발문제등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지적했다.
최근 이슈가 됐던 한은독립문제를 거론하자『정부와 한은 어느 쪽도 옳다고 못하겠어요.서로 흉금을 트면 타협점이 있을 겁니다』며 아직도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金회장은 대우로 화제를 옮기자『김우중회장은 결코 정치를 안할거예요.또 앞으로 대우의 회사별 회장들은 그룹 일을 골고루 나누어 할 거예요』라고 말해 자신처럼 2인자는 없을 것으로 보는듯 했다.
老경제인인 그는 요즘 만보계를 차고 아침 산책길을 부지런히 걷거나 주말골프.등산등으로 건강을 지키고 있다.
成泰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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