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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광’ 이명박 … ‘댓글족’ 노무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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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며칠 전 자신의 스타일을 다듬는 코디네이터에게 “당신 기사가 모 경제신문에 났던데”라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때 시간이 오전 6시. 당선인이 그 시간에 이미 종합일간지부터 경제지 구석구석까지 훑었다는 증거였다.

한 측근 인사는 “당선인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신문 10여 종을 1면부터 마지막 면까지 읽는다”고 말했다. “신제품 기사는 물론 공연 단신까지 꿰고 있다”는 것이다. 당선인이 이렇다 보니 측근들도 눈 뜨자마자 신문부터 찾는 게 일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한 간부는 “당선인은 어떤 현안을 질문했을 때 제대로 답변 못하면 무능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며 “신문 꼼꼼히 읽기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최고 권력자의 미디어 활용은 단순히 개인적 기호에 그치지 않는다. 그 자체가 중요한 정치 커뮤니케이션이다. 대통령은 자기가 선호하는 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접하고 때론 여론에 호소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인터넷이 있었다. 그는 대통령이 되는 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인터넷에서 조직된 여론의 덕을 봤다. 청와대 브리핑과 국정 브리핑을 만든 것도 인터넷 정치의 일환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들 매체에 “참 잘했어요” 란 댓글까지 달았다.

청와대 수석을 지낸 한 인사는 “노 대통령은 e-메일도 정치에 적극 활용했다. 정동영·유시민 의원의 경우 수석들을 제쳐두고 직접 정보 보고를 많이 하는 것 같았다”고 술회했다.

반면 신문은 찬밥이었다. 공무원 사이에선 대통령이 싫어하는 ‘중앙·조선·동아’ 등 메이저 신문에 난 비판 기사에 대해 “의도를 가진 왜곡 보도”라고 몰아붙이는 게 유행이었다.

이명박 당선인에게는 신문이 우선이다. 당선인의 신문 탐독은 기업 최고경영자(CEO) 시절부터 유명하다.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은 “당선인은 활자 문화에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며 “신문의 경우 종류와 면을 가리지 않고 두루 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사설과 칼럼을 정독한다.

인수위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매일 300여 건의 기사를 발췌해 보고하는데, 그중 상당수가 비판 기사”라며 “꼼꼼히 신문을 읽는 당선인의 특성상 비판 기사를 감추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당선인은 국내 첫 일요판 신문인 중앙SUNDAY가 창간된 직후 “아침에 일어나 습관적으로 신문을 가지러 나갔다 일요일이어서 허탕 치는 일이 많았는데 일요일에도 신문이 나온다니 잘됐다”고 말한 적도 있다.

이러다 보니 이 당선인은 긴 얘기를 시작할 때 신문을 인용하는 일이 잦다. 그는 지난달 29일 인천 부평 GM대우차 공장을 찾아 “신문을 보니까 어떤 노조는 해고된 사람 복직하라고 매일 싸운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3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에 대한 반발을 비판하면서도 “신문을 보니까 역주행 때문에 대형 교통사고가 난다”는 말로 얘기를 풀어 갔다. 이에 앞서 지난달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는 논술고사를 없앴더니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대박’이 터졌다더라”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주요 일간지의 사회면을 장식한 기사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일문일답 때 인용한 것이다.

당선인의 방송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얼마 전 KBS 아침 방송의 선정성 문제를 지적한 게 우연이 아니라고 한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당선인은 케이블 영화 채널을 즐겨 보는 데다 가끔씩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그램도 본다”고 말했다. 차에는 늘 YTN 같은 뉴스 채널을 틀어 놓는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윤영철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은 인터넷상 익명의 다수를 활용해 편 가르기나 ‘정서적 분노’를 유도해 왔다. 그러나 당선인의 성향으로 볼 때 앞으로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주로 보고 사회적 책임을 지는 주류 미디어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이상복 기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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