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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맞아 재래시장 간 MB “생선 도마가 개시도 못한 듯 깨끗하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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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설 연휴를 앞둔 3일 서울 봉천동 원당 재래시장을 찾았다. 이 당선인이 재래시장을 찾은 것은 당선 후 이번이 처음이다. 설 물가가 심상치 않고, 미국발 악재까지 겹친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서였다.

정오께 시장에 도착한 이 당선인은 평소처럼 격의 없이 시장 상인을 대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설 때 당 관계자들이 몰려들자 “물건 사지 않을 사람들은 들어오지 말아야지, 장사하는 데서 이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시장통에서 어묵을 먹으면서는 “열심히 한번 해보겠다. 서민경제가 잘돼야 재래시장도 잘되고 그래야 살맛 나는 세상이 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수행원의 실수로 길가에 쌓아 놓은 사과가 떨어지자 “이건 발로 차서 떨어졌으니 사 줘야 되겠다”며 지갑에서 3000원을 꺼냈다. 즉석에서 단호박찜 떡을 사서 시민들과 나눠 먹으며 기념사진 요청에 일일이 응하는 등 예정된 방문 시간을 30분 넘겨 경호팀과 일정팀이 진땀을 뺐다.

시장 한쪽 좌판에 쪼그리고 생선을 파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손을 꼭 잡으며 “추운데 장사가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위로했다. 할머니는 “잘될 겁니다. 오셨으니까”라며 눈물을 훔쳤다.

점심식사 메뉴는 순댓국. 이 당선인은 식사 자리에서도 경제 살리기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그는 “서민들이 잘살도록 5년간 열심히 해 보겠다”며 “아까 생선가게 할머니가 개시도 못한 것 같다. 생선 도마를 보니까 깨끗하더라. 내가 사줬으니 앞으론 장사가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래시장에도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재래시장도 인터넷을 이용해 젊은이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난해 8월에도 첫 민생 방문지로 광장시장과 남대문시장을 찾았었다. 그는 입버릇처럼 “어렸을 때 포항 죽도시장에서 좌판 장사를 했고, 이태원 재래시장에서 환경미화원을 했다. 나도 재래시장 출신”이라고 말해 왔다.

이 당선인은 인수위와 정부도 독려했다. 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최근 수출입 동향과 소비자 물가 동향을 점검하고 현 정부와 협력해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경제1분과 강만수 간사 주재로 실무 점검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강 간사는 권오규 경제부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서민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권 부총리는 “정부도 상반기 중 통신·가스·도로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을 동결했다. 물가 대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화답했다고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이 전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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