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계-친박 대립각 여전 … 9일 개별심사가 또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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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총선 공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左>와 이방호 사무총장이 2일 경기도 분당의 강 대표 집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3일 한나라당은 오랜만에 평온했다.

지난달 하순 이래 공천을 둘러싸고 친이(親李)-친박(親朴) 진영 간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았었다. 29일엔 ‘부정부패 전력자를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당규 해석을 놓고 강재섭 대표가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일까지 겹쳤다. 친박계의 좌장 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이 당사자로 거론되면서 친박 진영에선 집단 탈당설까지 나왔다.

하지만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규를 유연하게 적용, 벌금형 전력자의 공천 신청을 받기로 결정한 데다 이 총장이 최고위원·당직자들과 함께 강 대표의 분당 자택을 찾아가 사과하고 강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기류는 바뀌었다.

강 대표는 이 총장 일행에게 “최고위에서 (당규를) 만든 취지와 법리에 맞게 정리해 줬고 4일 공천심사위도 그렇게 한다고 했으니 앞으로 우리가 잘하면 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 사퇴 건을 두곤 “내가 이 총장을 불신해서 일을 정말 못 하겠다고 100% 생각한다면 해임하면 된다”며 “그런 건 아니고 시정해 달라고 한 건데 시정하겠다고 하니, 원래 (이 총장을) 신뢰하니까 앞으로 힘을 합쳐서 잘하자”고 당부했다.

당 안팎에선 “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는 분석이 많았다. 당 관계자는 “공천 자격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 셈이어서 개별 심사까지 그냥 굴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낙관론만 있는 건 아니다. 친이-친박 갈등이 구조화된 문제란 점 때문이다. 친이 진영은 “친박 진영이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다”거나 “아직도 경선 중인 줄 안다”고 불편해한다. 친박 진영은 “우리의 희생만 요구한다” 또는 “우릴 내치려 한다”고 의심한다.

친이 진영이건 친박 진영이건 강온론이 맞서는 현실도 상황을 꼬이게 하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 측에선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화합해서 가자”고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개혁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즉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근혜 전 대표 측에도 “공천 심사 과정을 지켜보자”는 목소리와 “공천 갈등의 원인 제공자인 이 총장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뒤섞여 있다.

당장 박 전 대표와 친박 의원, 당협위원장이 모이는 4일이 고비가 될 수 있다. 당의 결정을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총장의 사퇴를 계속 요구키로 결정할 경우 혼란상은 재연될 수 있다.

원만하게 개별 심사에 들어가더라도 시끄러울 소지는 있다. 공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반발이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낙천자가 특정 계파에 집중될 경우 집단 반발하는 양상으로 갈 수도 있다. 당 관계자는 “원래 공천 때는 시끄럽고 탈당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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