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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비하면 정당은 조직도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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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마디로 현역의원들의 이기주의와 싸운 기간이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인 이화여대 경영학과 강혜련 교수는 심사위 내에서 '탈레반(이슬람 원리주의자)'으로 불린다. 공천 물갈이 원칙을 하도 고집해 얻은 별명이다.

공천 심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29일 姜교수는 "지난 두달 전혀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조직 관리가 전공분야인 그는 "기업 조직에 비하면 정당은 조직도 아니다. 구성원들이 조직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개인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며 쓴소리를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나라당 공천이 막바지 단계다.

"하루 12시간씩 강행군을 했다. 대학에서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노벨상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웃음)."

-현역의원 물갈이는 만족할 수준인가.

"물론 아니다. 공천작업이 중반을 넘기면서 현역의원들의 경우 죽기살기로 덤볐다. 신인 공천을 강조하면 '조직이 없다. 득표력이 없다'고 반대했다. 심지어 나이 많은 다선의원의 교체를 주장하면 '골프를 쳐도 비거리가 젊은 사람보다 많이 나간다'고 반대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막바지에는 대부분 투표로 결정해야 했고, 내 주장이 15분의 1에 불과해 좌절을 많이 했다."

-김용갑 의원 공천을 놓고 당내 소장파들의 반발이 심하다.

"솔직히 나는 반대했다. 물갈이 50%, 60%보다 한나라당의 과거 이미지를 대표하는 사람들을 바꿔야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세번 했는데 무소속으로도 당선되는 걸로 조사됐다. 이문열씨 등 일부 외부인사들조차 '金의원이 정통보수의 목소리를 냈을 뿐이지 비리를 저지른 것도 아니잖으냐'고 찬성 주장을 폈다. 결국 투표를 했고 다수가 찬성했다(다른 한 위원은 표결 결과가 9대 2라고 했다). 정형근 의원도 비슷한 경우다."

-기업 조직과 정당 조직의 차이가 뭐였나.

"정당이 과연 조직인지 의아스럽다. 기업 조직은 이윤 창출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일한다. 반면 정당은 마치 개인사업자 등록증을 가진 사람들이 느슨하게 얽힌 조직이란 느낌을 받았다. 한나라당이란 간판을 달았지만 머릿속에는 목표가 다 다른 것 같다. 개인 이해를 너무 앞세운다. 기업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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