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 택지개발 수요무시 평형배분 미분양사태 "주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충남천안시신부동 신부택지지구에 들어서고 있는 D건설아파트는 골조가 다 올라가 내장공사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8백가구중 15%인 1백20가구가 팔리지 않았다.전국 10위권의 대형업체가 이 모양이다.그런데도 기존 1만3천여가구의 1 .3배인 1만7천여가구가 현재 건설중이고 이와 맞먹는 규모의 택지개발이 또 추진되고 있다.이제 겨우 인구 20만명을 갓 넘긴 소도시의소화용량을 넘어선 엄청난 물량의 아파트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아파트가 모자라 난리인데 지방중소도시에서는 미분양이 홍수를 이루는 주택공급의 불균형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택지개발이 지역별 수요량을 무시한 채 마구잡이로 이뤄져 공급구조가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실적을 쌓기 위한 총량위주의 택지개발정책으로 집이 필요한 곳에는 택지가 절대 부족하고 미분양이 홍수를 이루는 곳은 택지가넘친다. 지역별 수요의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평형배분도 미분양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국민주택 규모라고 하는 32평형(전용 25.7평)도 지방에서는 경제형편상 분양받기가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그런데도 서울을기준으로 택지를 구획해 30평형대이상의 중대형전용 택지를 남발함으로써 미분양을 부채질하고 있다.
공급이 넘치면 당연히 사업시기를 늦춰 물량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땅을 산 후 일정기간내 사업에 착수하지 않으면 비업무용토지로 몰려 엄청난 세금을 물어야 하므로 사업성이 없는 줄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뛰어들어야 한다.신도시 붐을 타고 갑자기 몸집이 커진 신흥주택업체들이 적정 사업물량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하는 것도 공급과잉의 원인이다.미분양사태가 조만간 해소되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먼저 뛰어드는 업체가 그나마 한 채라도 더 판다는 절박한 심리가 이들을 옥죄고 있다.
◇천안권=천안.온양일대는 2월말 현재 미분양률이 48.9%로전국에서도 가장 심각한 지역이다.
지난해 8월말까지만 하더라도 5천가구 수준이었던 미분양물량이2월말현재 1만가구를 넘어섰다.이 때문에 『다 짓고 난 후에도얼마든지 골 라 살 수 있다』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어 서울의 대형업체가 지은 것도 초기분양률이 10%를 넘지 않는다.공급이넘치니 매매수요는 꼬리를 감추고 전세만 찾아 40평형대 중형아파트도 집값 대비 전세값 비율이 70%선에 육박하고 있다.
◇부산권=2월말 현재 미분양물량이 약 1만5천가구로 전국최대규모인 부산지역은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해운대구와 북구가 전체의 69.1%인 1만46가구에 이를 정도로 악성미분양지역이다.
게다가 올해중 해운대지구 잔여분 1만3천3백73가구와 다대5지구의 5천여가구를 포함해 3만7천4백35가구가 쏟아질 예정이어서 미분양은 갈수록 누적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분양이 극심한 북구일대는 준공된 후에도 팔리지 않는 아파트가 전체 미분양 5천10가구의 9%인 4백53가구에 이를정도다. ◇부산 위성도시권=김해.울산.양산 등 부산위성도시권의미분양물량은 경남 전체 23개 시.군 미분양물량의 80.4%를차지하고 있다.
특히 부산의 베드타운 기능을 하고 있는 김해.양산지역은 부산의 대량미분양 여파로 덩달아 후유증을 앓고 있다.이들 지역에서도 국민주택규모 초과 중대형아파트의 미분양률이 심각한데 울산의경우 20.6%에 이르고 있다.
양치일(梁致一) 선경건설 울산분양사무소장은 『분양의 주도권이소비자에게로 넘어간 이상 마이너스 옵션제 도입등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다 넓게 부여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청주권=청주.충주.청원.음성 등 청주권은 입주후에도 비어 있는 악성 미분양 물량이 많아 전체 미분양 6천2백여가구중 32%선인 1천9백66가구가 이런 실정이다.
특히 음성군의 미분양물량 9백52가구는 모두 입주가 끝나고도비어 있다.
청주시는 용암.산남 택지개발지구에서 아파트가 대거 쏟아져 미분양이 속출했는데도 불구하고 오는 5월 분평지구를 시작으로 가경3.하복대.용암2.산남3지구에서 엄청난 물량이 또 공급된다.
충주시도 미분양 홍수 속에 금제.금능택지개발지구에 서 1만여가구가 계속 쏟아지고 있다.더구나 4개 시.군에서 사업승인을 받고 분양 대기중인 물량이 3천4백48가구에 이른다.
◇특별취재팀=李光薰.李必宰.黃盛根.申成湜.金炫昇기자 ◇여수권=여수권 4개 도시에는 여천.광양.율촌공단의 배후도시라는 이점을 노려 2만4천여가구가 공급됐으나 92년 광양제철 증설이 끝나고 공단마다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유입인구가 줄어들어 7천3백여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광 양.여천시의 경우 공단의 사원주택아파트가 1만가구에 육박해 주택보급률이 95%를 넘어섰는데도 9천여가구가 분양승인을 받아 과잉공급으로 인한 미분양을 자초하고 있다.
◇광주권=광주지역은 선호도가 떨어지는 도심외곽지역에 아파트물량이 집중돼 있는데다 덕산그룹 부도여파로 아파트경기가 크게 위축돼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도심외곽지역인 북구와 광산구의 미분양물량이 4천5백64가구로 전체 미분양가구 수의 80%를 차지하고 있다.이들 지역은 아직 생활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도심으로 진입하는 도로가 협소해 출.퇴근시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기 때문에 일반수요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목포권=전남영암군삼호면 일대에 조성중인 대불공단과 한라중공업.한라조선공단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아 지역경기가 위축된 것이가장 큰 원인이다.이로 인해 대불공단과 승용차로 5분거리에 있는 하당택지개발지구내 아파트도 미분양사태가 속출 하고 있다.하당지구에는 목포에 분양되는 1만1천여가구중 8천4백여가구가 집중돼 있고 미분양가구수도 2천5백가구로 전체 미분양가구수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