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추억의 영화시리즈 "벤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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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부자는 망해도 3년 먹을 것이 있다던가.대형영화는 감동 역시대형으로 오는 모양이다.그리고 대형화면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대표적 영화는 역시 『벤허(Ben-Hur)』다.
이 영화 또한 로마제국과 예수를 대비시키는 대표적 사극인데 로마는 화려하게 최대한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오히려 위력을 축소하는 반면 예수는 가능한한 관객의 시야로부터 숨겨 신비감을 극대화하는 정통의 공식을 답습한다.그래서 부제가 「예 수의 이야기(A Tale of Christ)」임에도 영화에선 예수가 뒷모습으로만 보이고 기껏해야 벤허에게 물바가지를 내주는 손이 화면에 나오는 정도다.
인간이 어떻게 감히 예수 노릇을 하느냐는 외경의식으로 인해 처음부터 예수라면 뒷모습 정도만 보여 경건함과 신비감을 도모한것이 할리우드의 전통이었다.그래서 1927년 세실 B 데 밀이만든 무성영화 『왕중왕』에 이어 1961년 니 컬러스 레이의 『왕중왕』에서 처음으로 예수역을 맡은 배우(H B 워너와 제프리 헌터)가 정면에서 얼굴을 보인 일은 충격적이면서도 혁명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영화에서는 권력에 대한 욕망과 증오의 덩어리 같은 메살라의 밉상 역시 대단한 볼거리였고 그래서 스티븐 보이드는 『셰인』의 윌슨역을 맡았던 잭 팰런스와 더불어 오랫동안 악명을 드날렸다.그리고 메살라와 벤허가 주고받는 대사(『만약 에 선택을 해야 한다면』 등등)를 부지런히 외는 학생들이나 두 사람의 재회장면처럼 팔을 감고 술을 마시는 흉내를 내던 사람들도 청진동에 꽤 많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압권은 역시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채리어트경주 장면이고 그 장면이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후반부는 공연히 붙은 군더더기 기분이 들기까지 한다.
安正孝〈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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