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도자포럼>라울 알폰신 前아르헨티나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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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빌 클린턴 美대통령은 멕시코경제 구제를 위해 유례없는 금융지원 계획을 결정,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그 결정이 적시에 이루어짐으로써 예측불가능한 세계적인 위기를예방했다.
그러면 위기는 지나간 것일까.원칙적으로는 그렇다.그러나 몇가지 우려를 남기고 있다.
우선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에 대한 외부자금 유입이 줄어들 것이다.아르헨티나의 고민은 이제 외자가 얼마나 들어올 것인가가아니라 국내에 남아있는 돈이 얼마나 빠져나갈 것인가다.
단기적으로 예상되는 것은 어느 정도의 경기후퇴다.
그러나 앞으로 몇년간 공공지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실업률이 높아지면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외국투자가들은 투자 계획을 바꾸고 있다.전에는 오로지 투자할곳의 금리와 재정의 건전성에만 관심을 가졌지만 이제 유일한 관심은 경상수지적자에 쏠리고 있다.투자가들이 문제삼는 것은 채무를 경화,즉 달러로 갚을 능력이다.
라틴아메리카 정부로서는 무역적자를 영구히 끌고 나가는게 불가능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외자의 대규모 유입이 급격한 유출로 바뀌는 상황에서 경제안정만으론 충분치 않고,오히려 안정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라틴아메리카에 앞으로 몇년간 일어날 일을 예상하는데 다음 세가지 관점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자본주의의 장래가 문제다.냉전의 종식이후 자본주의 내부의 위기나 자본주의의 미래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이것은 아르헨티나에서 단지 학문적인 관심사만은 아니다.
아르헨티나의 각 경제주체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개방과 민영화,규제완화로 대표되는 자유시장경제의 대의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같은 시장경제로의 전환은 몇가지 성과를 거뒀지만 그 한계가 눈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민 특히 기업들의 관심은 경제성장.실업퇴치.국내산업 육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이 문제는 21세기 자본주의의 운명과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과 관련된다.
동남아시아의 성공적인 모델은 목표설정과 자원배분,동기부여에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로 특징지울 수 있다.여기서 정부의 역할은거시적.전략적 목표를 제시하고 동시에 국내시장에서는 자유경쟁을촉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약한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자유시장 경제원리와 근대화.경제개방의 전면시행이 세계 어느나라에서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위한 최적 공식이라는 건 환상이다. 이제 정부를 다시 세우고 비효율적인 모든 것들을 걷어내야한다.프랑스 사회학자 알랭 투렌느의 말대로 라틴아메리카의 문제는 전능한 국가가 아니라 무능한 국가다.
오늘날 경제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순이 있다.좋은 소식이 사태를 진정시키기 보다는 시장에 역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실업률이 떨어지고 수요가 늘고,이자율이 떨어진다는 뉴스에도 불구하고 남미정부들이 재원조달을 의존하고 있는채권시장에선 가격이 폭락했다.
라틴아메리카 정부들은 재정적자와 경상수지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이자율을 올려 채권값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면 수요는 줄고 실업률이 오르는 식의 악순환이 다시 시작된다.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깨질 것인가.답은 정말 안보이는가.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本社特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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