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테니얼은 영혼 없는 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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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위기에 부닥친 한국 프로야구는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내건 새로운 경영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팀 명칭에 기업 이름을 붙이고, 대신 스폰서 업체로부터 돈을 받는 ‘네이밍 라이트(naming right·명칭 사용권)’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센테니얼의 박노준 신임 단장은 최근 “시장조사 결과 90억~120억원을 내고 연간 스폰서를 하겠다는 기업이 있다”고 말했다.

센테니얼의 마케팅 수단이 될 네이밍 라이트는 프로 스포츠가 발달한 외국에선 일반화돼 있다. 주로 구장이나 체육관 이름을 돈을 받고 파는 경우가 많다. 센테니얼처럼 큰 돈을 낸 스폰서의 명칭을 선수 저지(jersey)에 새기는 유니폼 광고는 영국 프로축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박지성이 속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후원 업체인 보험회사 AIG의 로고를 크게 붙였다(사진). 첼시는 삼성 모바일이라고 새긴 윗옷을 입는다.

그렇지만 센테니얼처럼 팀 이름까지 통째로 후원 기업에 넘기는 경우는 현재 없다. 맨U가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스포츠팀이지만 광고와 팀의 정체성은 별개라고 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미국에서도 야구의 전통을 존중해 저지에는 광고를 안 붙인다. 센테니얼은 영혼 없는 팀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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