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측, 선거법 위반자도 공천 배제 요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 김무성 최고위원<中>이 1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박근혜 측 원내·외 인사들과의 모임에서 눈을 감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구성된 뒤 수세에 몰렸던 박근혜 전 대표 측이 1일 역공을 펴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계기가 된 건 강재섭 대표의 기자회견이었다. 박 전 대표 측은 그동안 부패 전력자의 공천 신청 자격을 불허한 당규 제3조 제2항의 유연한 적용을 요구해 왔으나 이날부로 입장을 바꿨다. 오히려 엄격한 적용을 주장했다. 부패 전력자에 선거법 위반자와 파렴치범, 윤리위 징계자까지 모두 포함시키라고 요구했다. 이럴 경우 자파인 김무성 최고위원뿐 아니라 이명박 당선인 측 핵심 인사인 이재오·정두언 의원 등도 해당된다.

박 전 대표 측 의원 28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42명 등 70명은 이날 오후 모여 현 사태를 ‘박근혜 죽이기’로 규정하고 “공천을 승자의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비민주적이고 천박한 사고에서 비롯됐다”고 결론 지었다.

박 전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당 지도부와 이 당선인 측에 ▶제3조 제2항의 엄격한 적용 ▶이방호 사무총장의 즉각 사퇴 ▶이명박 당선인의 조속한 사태 수습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박 전 대표는 모임 결과를 보고받고 “알았다”고만 답했다고 한다.

유승민 의원은 “법률가들의 얘길 들으면 부정부패 관련자에는 벽시계를 돌렸거나 향응을 제공하는 등 죄질이 나쁜 선거법 위반자도 모두 해당한다더라”고 말했다. 이재오·정두언 의원의 선거법 위반 전력을 거론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가 시작되기 전 “내가 정권교체를 위해 10년간 갖은 고난을 겪은 것은 당선인이 아닌 여러분을 위해서였다”며 “내 문제로 ‘친박’이 마치 부패한 세력, 비리 연루자처럼 오해받을까 봐 논의에서 빠지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고 한다. 박 전 대표 측이 정말 김 최고위원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 걸까. 당내에선 그렇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작 이날 밤 이 당선인 측과 당이 2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제3조 제2항을 유연하게 적용(벌금형 전력자의 공천 신청 접수)키로 했다고 전해졌으나 박 전 대표 측은 “우리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한 핵심 측근은 “4일 우리 측 의원들의 모임이 있다. 혹시 변화가 있다면 이 회의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