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좌파 주도 문화예술계 다양성 되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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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화예술계를 좌파 세력이 휘어잡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 결과 현 정권 5년간 문화예술의 순수성은 왜곡되고 자생력은 줄어들었다. 문화계의 정책과 자금 지원을 담당하는 자리를 소위 ‘코드’가 맞는 좌파 성향의 인사가 독차지해 온 탓이다. 며칠 전 영화감독협회가 낸 성명은 그 폐해의 핵심을 보여준다. “권력과 결탁한 영화인들이 영화진흥위원회를 장악하는 바람에 거액의 세금이 ‘한국영화 진흥’이라는 취지에서 벗어나 좌파 운동권을 지원하는 데 흘러들었고, 표현의 자유는 기존의 가치와 인식을 뒤집는 데 동원됐으며, 스크린쿼터 수호는 반미 선동의 명분이 됐다.”

돌이켜 보면 좌파 세력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직후부터 전략적으로 문화 분야 장악에 나섰다. 2003년 1월 민예총이 주최한 ‘새 정부 문화정책’ 세미나에서 강내희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이 한 발언이 그 신호탄이다. “새 정부에서는 한국예총 같은 기득권 세력이 발을 못 붙이게 하고 민예총 등 진보 세력이 대거 전진 배치돼 개혁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현실은 그의 주장대로 이뤄졌다. 이창동 감독이 문화관광부 장관에, 문예진흥원장(현 문화예술위)에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인 현기영씨가 임명됐다. 국립현대미술관장에는 김윤수 민예총 이사장이, 국립국악원장에는 민족음악인협회 전 이사장 김철호씨가 임명돼 반발을 샀다. ‘전국 대학 국악과 교수 포럼’은 국악원장 임용 철회와 장관 사퇴를 요구했고, 연극계도 ‘연극인 100인 성명’을 내고 “문화부는 민예총 편파 인사를 중지하라”고 항의했지만 허사였다.

구시대의 이념적 잣대로 문화를 재단하고 왜곡하는 인사들은 이제 물러나야 한다. 문화는 정치·경제·사회를 관류하는 정신적 가치를 지배하는 가장 큰 힘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어제 문화예술계 원로들과 간담회에서 “문화예술이 꽃피는 시대가 태평성대”라며 “그런 쪽으로 많은 정책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 정책의 핵심은 좌파 권력의 유산을 청산하고 문화의 건강성과 다양성을 되찾는 것이어야 한다. 구체적 방법을 찾는 것이 문화 분야에서 당선인과 인수위가 고민해야 할 우선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