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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엔高시대 기업 外貨운용 "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최근 일본 엔貨 값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외국돈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엔貨값은 오르고 달러값은 떨어지는만큼 달러보다는 엔貨를 갖고있는 것이 훨씬 이익인데 이같은 외화(外貨)운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수출하고 받을 돈은 가급적 엔貨로,수입하면서 줄 돈은 달러貨로 결제한다는 것이 기업들의 기본 전략.그러나 미국.일본등 선진국 기업들도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데다 실제 무역거래에서는 그들의 영향력이 훨씬 세기 때문에 우리 마 음대로 결제통화를 정하지 못한채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엔高현상이 계속된 89년이후 지난해까지 (그림)에서 보듯 국내 기업들이 수출하면서 받은 대금중 달러비중은 갈수록 높아져왔다.
89년만 해도 전체 수출대금 5백76억달러어치중 87%인 5백2억달러어치만「달러」로 대금을 받았으나 지난해에는 1~9월중수출대금 6백54억달러어치 가운데 달러로 받은 것이 89.2%인 5백83억달러나 됐다.
반면 수입쪽에서는 89년 총대금 4백94억달러중 83.3%(4백12억달러)였던 달러 결제비중이 지난해에는 77%(1~9월중 총 수입대금 6백60억달러 가운데 5백8억달러)로 낮아졌다. 89년말~지난해말 사이에 1달러값은 6백79.6원에서 7백88.7원으로 거북이걸음을 한 반면 1백엔값은 같은 기간 4백72원에서 7백90원으로 토끼걸음으로 올랐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앉아서 상당한 손해를 본 셈이다.이같은 현상은 ▲외국 바이어들이 「달러」가 아니면 우리 물건을 사주지 않겠다고 버티는데다▲수입에서도 (특히 일본으로부터)어쩔 수 없이 사는 것이 많아(기계.장치나 부품,원자재등)배짱을 부릴 처지가 못되기 때문.이에따라 수입선을 진작 다변화하지 못 한 것,수출품질의 절대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점등을 놓고 「新엔高」시대를 맞은 기업들이 새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종합상사 관계자들은 『요즘 특히 1백엔값이 8백40원대까지 진입하면서 결제 조건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며 『일본의 일부 수입업자들은 엔貨거래 조건으로 아예 값을 3~4%씩 낮출 것을요구하는 이른바 「가격조정」압력까지 가해오고 있 다』고 푸념했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큰 회사들은 엔高가 장기화되면서 엔貨부채는 이미 상당부분 정리가 됐다는 점.
포항제철의 황태현(黃泰顯)자금담당 이사보는 『80년대중반 한때 3천억엔이 넘었던 엔貨부채가 이제는 1천억엔 미만으로 줄었다』며 『엔貨 부채보다 엔貨 자산이 더 많기 때문에 엔貨값이 오를수록 좋다』고 밝혔다.
엔貨 부채가 만기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새로 달러를 빌려다가 중도에 갚아버리는 작전이 주효했다는 설명인데 한전의 경우에도 93년이후 13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을 발행해 기존의 엔貨표시 차관을 대폭 정리했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 삼성전자.금성사.유공.현대자동차등은 이미 엔貨부채를 아주 미미한 수준까지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빚 정리」외에 보다 공세적인 의미에서의 해외투자는 환율변동 위험때문에 증권.보험.투신사등 기관투자가들마다해외증권 매입계획을 늦추거나 보류하는등 위축되고 있다.
閔丙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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