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영화"금홍아,금홍아" 주연 이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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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압구정동 거리를 활보하던 신세대가 반세기전 기생역을 연기하자니어색하지만 평소 좋아했던 이상(李箱)과 관련된 영화에 출연하는게 신나기만해요.』 천재작가 이상이 도쿄(東京)유학시절 썼던 단편소설『날개』에 등장하는 69카페의 기생 「금홍」의 이야기에이상의 삶과 교우관계를 접목해 꾸민 김유진감독의 영화『금홍아,금홍아』에서 여주인공역을 맡은 이지은(24).
지난해 7월 KBS-2TV의 화제작『느낌』에서 김민종을 따라다니는 국문과 여학생역으로 데뷔하면서 90년대 신세대 여성의 당찬 이미지를 강하게 남겼던 이지은은 요즘 시대를 넘어 30년대 기생상을 재현하기에 여념이 없다.
『배역을 맡기로 결정되자마자 우선 기본적으로 한복 입는 것부터 시작해 장구춤에 고전무용까지 급하지만 두루 배웠어요.발랄한신세대라고 고전적인 여인역을 잘 연기 하지못한다는 법이라도 있나요.노력하면 되지….』 아기자기한 얼굴에 동그란 눈매,깜찍한표정등 현대적인 외모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기생역을 사실적으로 연기해보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데뷔 1년도 안돼 일약 주연을 맡아 정신없을 것같지만 그동안이상에 대한 책을 닥치는대로 구해 읽는등 프로연기자의 자세를 보여 주변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중고등학교때 국어시간에 들은 바로는 금홍은 요염하고 색기있는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영화에서는 자기 삶을 강하게 살고 본능적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기생답지 않은 기생으로 나와요.평소 이런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기에 빠져들기도 수월하네요.』 이야기를 하면서 샐쭉 눈웃음을 치는 모습이 그동안 요염한 연기를 꽤나 연습했나 싶다.
금홍역으로 발탁된 배경도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제작자인이태원사장이 그녀를 불러『영화를 좋아하느냐.이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냐』며 딱 두마디만 물었던 것.그녀는『영화도 무척좋아하지만 이상은 어려서부터 사랑해온 작가』라 고 당당하게 대답,합격의 영광을 누렸다.
『금홍아,금홍아』는 연극계의 중견스타로『태백산맥』에서 발군의연기를 보였던 김갑수가 이상역을 맡고 가수겸 작곡자 김수철이 이상의 친구인 곱추화가 구본홍역으로 출연,화제가 되고있는 작품.이 영화가 톡 쏘는 매력을 발산하는 연기자 이 지은으로 해서더욱 빛나게될지 주목된다.
글 =蔡仁澤기자 사진=吳東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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