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계획은 시간 낭비 … 날마다 선택과 집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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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플래너’ 개발자인 하이럼 스미스 박사가 한국 고등학생들과 학습시간 관리를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김현동 기자

“공부를 위한 시간관리 계획은 1년 단위로 짜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날마다 계획했던 목표를 이루면서 매일매일의 승리를 맛보는 게 중요하죠.”

세계적인 시간관리 전문가 하이럼 스미스(65) 박사의 말이다. 최근 ‘2008년 시간관리 페스티벌’에 맞춰 방한한 스미스 박사는 미국인의 ‘정신적 지주’로 일컬어지는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1706~90)의 평생 메모 습관에 착안해 개발한 시스템 다이어리 ‘프랭클린 플래너’의 개발자다.

그는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프랭클린 플래너 한국지사에서 효율적 학습을 위한 시간관리법에 대해 궁금해 하는 고등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해야 할 여러 가지 일 중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결정해야 한다. 학습도 마찬가지”라며 “선택했으면 집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시간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미스 박사는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내면의 평화”라며 “이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배가치’ 즉,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과 자신이 하는 일을 일치시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말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그는 “누구든지 좋은 대학을 가서 좋은 직업을 구하길 원하지만 그 전에 본인의 목표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학습에 흥미를 갖게 되고 평화를 얻게 되는데, 이는 스스로 지배가치를 찾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미스 박사는 학생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해 주면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는 법을 소개했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과외와 밤샘 공부 등으로 늘 시간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학습을 위한 시간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버드대 같은 아이비리그 대학의 학생들도 한국의 고교생들 못잖다. 학생 개개인이 처리할 수 있는 한계치보다 훨씬 많은 리포트나 숙제를 받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이 공부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 쉽지 않다. 한국의 고교생들도 비슷할 것이다. 원하는 목표들의 우선 순위를 정해라. 여기서 목표는 바로 지배가치다. 예를 들면 ▶직업 ▶대학 ▶전공 ▶향후 삶의 질 ▶비전 등이다. 이런 지배가치 순위에 따라 공부하자. 그렇게 하면 매순간 동기가 생겨 학습 실천이 빨라진다.”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위해 특히 신경써야 할 점은.

“사람은 자신이 아는 단어의 수만큼 생각할 수 있다. 꾸준히 독서하라. 책을 읽으면 아는 단어가 늘고 생각하는 힘도 커진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지배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라. 가령 의사가 되고 싶다면(욕구), 의대를 가겠다는 꿈을 키우고(지배가치), 수학·생물 등의 과목에 대한 공부계획을 세우고(목표), 각종 봉사활동 등으로 경험을 쌓으면 조금씩 꿈에 도달할 것(계획)이다. 욕구→지배가치→목표→계획의 순서로 체계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라. 시간 절약에 따라 생기는 여유를 개인적인 취미활동에 쓸 수 있다.”

-시간관리 기법을 적용해 공부한 구체적 사례가 있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했던 방법을 얘기해 보겠다. 예를 들어 내 딸이 4주 후에 제출할 숙제를 받아온다. 그러면 딸에게 숙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단계들을 기록하게 한다. 그 이튿날부터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과업을 적어 놓고, 이를 해결하게 한다. 그런 식으로 숙제를 완료하고 나니 당초 일정보다 많이 당겨졌다. 시험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날마다 꾸준히 학습계획을 완수해 목표를 달성했다.”

글=신상윤 기자 ,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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