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하’ 뽑고 ‘하하’ 웃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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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하승진<右>이 2006년 12월 열린 도하 아시안게임 바레인전에서 훅슛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농구 사상 최고의 거물 하승진(2m22cm)이 나오는 이른바 ‘하승진 드래프트’가 29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드래프트 1순위를 뽑을 가능성이 있는 4개 팀(KCC·SK·동부·전자랜드)은 마치 심판의 날을 맞는 것처럼 초긴장 상태다.

하승진을 뽑겠다는 일념으로 미신에 가까운 준비도 철저히 해뒀다. 네 팀 모두 교육문화회관 꼭대기층에 드래프트 캠프를 마련했고 하승진 이름을 박은 대형 유니폼도 맞춰놨다. 그뿐이 아니다. 전자랜드는 사무실에 복돼지 저금통을 놓고 매일 시주하며 행운을 기원하고 있다. 동부는 연고지 원주에 있는 치악산에 올라 행운의 정기를 받아왔다. SK는 구단 사무실에 정화수를 떠놨다. 허재 KCC 감독도 “삼보에 있을 때 김주성을 뽑은 신의 손이라며 아침 일찍 목욕재계하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1순위는 한 팀뿐이다. 2순위가 됐을 때 누구를 뽑을지도 고민이다. 올 드래프트엔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2m1cm)와 역대 최고의 스몰포워드가 될 재목이라는 윤호영(1m96cm), ‘제2의 허재’라 불리는 강병현(1m93cm)도 나오기 때문이다. 세 선수 모두 국가대표며 탄력이 뛰어나다. 엘리웁 덩크와 그 자리에서 서전트 점프로 덩크를 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선수들이다. 농구 센스도 뛰어나다. 하승진 없는 평범한 드래프트에 나왔다면 모두 1순위가 유력한 대형 선수들이다. SK 김진 감독은 “2순위라면 김민수를 뽑겠다”고 했다. 키가 제일 크며 팀의 주포인 방성윤과 호흡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부 전창진 감독은 “군에 안 가도 되는 김민수를 생각하고 있지만 부상이 있다는 얘기가 있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김주성과 환상적인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윤호영이나 강병현이 와도 전혀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전자랜드 최희암 감독은 “하승진이 아니라면 팀에는 강병현이 가장 필요한데 윤호영의 주가가 높기 때문에 일단 윤호영을 뽑았다가 프리미엄을 받고 파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KCC는 “세 명 중 누가 돼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허재 감독은 과거 “나의 후계자는 강병현”이라고 말한 적이 있 다.

나머지 6개 팀은 배가 아프다. 유난히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오는 올해에 공교롭게도 강팀들이 드래프트 상위 순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농구 빅3인 김주성(동부), 서장훈(KCC), 방성윤(SK)과 하승진이 함께 뛰게 되면 다른 팀들엔 끔찍한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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