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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허정무 축구를 읽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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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4-4-2, 3-5-2, 3-4-3, 4-3-3.

축구에서 포메이션은 단순한 숫자의 조합이 아니다. 사령탑의 철학과 팀의 방향이 그 안에 담겨 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도 마찬가지다. 허 감독은 첫 소집훈련이던 27일, “칠레와의 30일 평가전에서는 전·후반을 스리백과 포백을 시험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또 “공격 자원이 많지 않지만 투톱도 가능하다”고 했다가, “최전방에 원톱을 세우고 측면 자원을 적극 활용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칠레전 경기 내용에 따라 허정무팀의 포메이션과 향후 전술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투톱? 스리톱?

한국 축구대표팀은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의 성공 이후, 직전 핌 베어벡 감독까지 스리톱이 공격의 근간이었다.

허 감독은 어떤가. 지난 시즌 허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전남 드래곤즈는 투톱이었다. 산드로-시몬 투톱을 앞세워 축구협회(FA)컵에서 우승했다. 경기 도중 포메이션을 3-5-2에서 4-4-2로 바꿨던 FA컵 결승 1차전에서도 투톱의 공격진은 그대로 유지했다.

칠레전에서도 자신이 선호했던 투톱을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대표팀은 소집훈련 이틀째인 28일 오후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10대 10 미니게임을 진행했다. 공격수라고는 조진수·정조국 둘밖에 없어, 두 선수가 양 팀으로 나뉘어 뛰는 바람에 원톱 노릇을 했다. 하지만 올림픽대표팀 전지훈련을 마친 박주영이 29일 복귀하면 어느 쪽과도 투톱 조합을 이룰 수 있다.

▶스리백? 포백?

허정무팀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는 포지션이 수비진이다. 스리백과 포백 중 허 감독의 선택에 따라 많은 선수의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칠레전 소집선수의 면면을 보면 중앙수비수(강민수·황재원·조용형·곽태휘·조성환·곽희주)가 측면수비수(김치우·박원재·조원희·이종민)에 비해 많다. 포지션 별로 2배수의 선수를 뽑는다는 점에서 허 감독의 마음이 기본적으로는 스리백 쪽에 쏠렸음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수비 숫자는 상대 공격 숫자에 따라 바뀐다’는 원칙에서 볼 때 약체를 상대할 때는 공격력 강화를 위해 포백을 쓸 수도 있다. 28일 미니게임에서도 허 감독은 한 팀을 스리백으로, 다른 한 팀은 포백으로 세웠다. 칠레전에서 상대를 더 효율적으로 막아낸 포메이션으로 허정무팀의 수비 포메이션이 결정될 전망이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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