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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홍보로 변질된 오락프로’들을 개탄하던 목소리가 높았던 때가 있었다. 홍보 의도가 뻔한 배우가 뻔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오락프로는 ‘홍보’가 문제가 아니라 재미가 없어서 싫었다. 이 방송 저 방송 돌아다니며 ‘어쩔 수 없이 한다’는 표정으로 이런저런 게임을 하는 배우들을 보면 출연자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시청자들도 ‘어쩔 수 없이 본다’는 심정이 들었다. SBS 집단토크쇼 ‘야심만만’이 영화 홍보의 최적의 장이었던 것은 영화와 관련된 주제를 꺼내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편안함으로 출연자나 시청자에게 부담을 덜 줬기 때문이다.
이윤정의 TV 뒤집기
‘야심만만’이 퇴장한 지금, 토크형 오락 프로그램의 최강자가 된 MBC ‘무릎팍 도사’는 영화 홍보로 ‘변질’된 오락프로가 아니라 영화 홍보 방식을 ‘변화’시키며 스스로 진화하고 있는 토크쇼라 할 수 있다. 토크쇼를 보면서 시청자들이 느끼고 싶은 감정은 ‘저 사람과 내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느낌일 것이다.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게 되는 과정이다. ‘무릎팍 도사’가 한 걸음 앞서가는 까닭은 출연자의 ‘캐릭터’를 손에 잡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무수한 토크쇼에서 ‘개인기’를 선보이고, ‘게임’에서 열심히 몸을 움직이고, 깜짝 놀랄 만한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걸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캐릭터가 ‘무릎팍 도사’에서는 술술 풀려 나온다.
배우 황정민이 출연하고 난 뒤 “순진한 촌놈인 줄 알았더니 똘끼도 있고 깡도 있네” 하는 댓글이 달리는 것처럼, 표면의 이미지 속에 숨어 있는 그 사람의 살아온 내력·인생관·성격을 알게 해주는 매력이 ‘무릎팍 도사’에는 있다.
그런 방식으로 만난 박세리의 덜렁거리는 성격, 한예슬의 거부할 수 없는 애교, 문소리와 장영주의 털털함 등은 시청자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이 ‘리얼 캐릭터 토크쇼’의 힘은 딱히 이런저런 ‘코너’를 만드는 대신 대화에 집중하게 하는 무정형의 포맷에도 있고, 누구나 자신 있고 가장 간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살아온 이야기’와 ‘소중한 자신만의 꿈’ 같은 주제를 다루는 콘텐트에도 있다.
그래서 ‘스캔들 메이커들의 변명의 장’이 될 뻔한 위기를 넘긴 ‘무릎팍 도사’는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욕심쟁이(우후훗!)’들이 영감을 던지는 ‘성공학/인생학 개론’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이윤정씨는 영화 제작자로 활약한 문화통으로 문화를 꼭꼭 씹어 쉬운 글로 풀어내는 재주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