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본사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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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삼성 측 미술품 구매대행자로 지목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25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마치고 서울 한남동 조준웅 삼성특별검사팀 사무실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5일 서울 을지로 삼성화재 본사와 이 회사 전산센터 2곳을 압수수색했다. 전날 일부 언론은 제보를 근거로 “삼성화재가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으로 연간 1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본사 22층엔 비자금을 보관한 금고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검팀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전 3시30분쯤 파견 검사와 특별수사관 20여 명을 삼성화재 본사와 전산센터에 투입했다. 본관 압수수색은 22층 사장실과 인근 회의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특검팀은 사무실에 보관된 서류와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을 압수했다. 또 전산센터에서 미지급 보험금 장부와 고객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8시쯤 16시간 여에 걸친 압수수색을 마쳤다. 압수 서류와 컴퓨터 저장장치 등은 검찰 박스로 27개 분량이었다.

 특검팀은 압수한 내용을 바탕으로 삼성화재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제보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할 계획이다. 또 조성된 비자금이 우리은행 삼성센터 지점에 개설된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됐다는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날 22층 비밀금고의 존재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측은 “고객이 관련 서류를 첨부해 신청해야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데 이를 조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특검팀은 이날 홍송원(55) 서미갤러리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홍 대표는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 비자금으로 유명 미술품을 구입한 통로”라고 지목한 인물이다. 윤정석 특검보는 “미술품 구입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홍 대표를 참고인으로 조사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홍 대표에게 김 변호사가 의혹을 제기한 ‘행복한 눈물’(리히텐슈타인 작) 등 그림을 구입한 과정과 대금 출처를 물었다. 또 홍 대표가 2002~2003년 미국 크리스티 경매소에서 미술품을 사면서 일부 그림의 구입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관세법 위반으로 처벌된 경위를 조사했다. 홍 대표는 검찰에서 “김 변호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홍씨 외에도 삼성그룹의 미술품 구입에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K갤러리 관계자 등 미술계 인사들을 추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박수련·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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