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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썰매 95아이디타로드 경주 내달4일 개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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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사람과 개가 한 팀이 돼 만년설의 알래스카 대륙을 가로지른다. 혹한.빙설을 극복하며 총연장 1천8백57㎞의 알래스카 대평원을 달리는 제22회 95아이디타로드(Iditarod)개썰매 경주가 오는 3월4일(현지시간)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아이디타로드 개썰매 경주에 소요되는 기간은 최소한 열흘 이상.지난 93년 미국의 제프 킹이 10일 15시간 38분15초를기록,경주사상 최단기록을 수립했다.그러나 대부분의 참가자는 오로지 개와 썰매에만 의지한 채 15~20일씩을 달려야 하며 그나마 완주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짝수해엔 북쪽코스를,홀수해엔 남쪽코스를 달리는 대회규정상 올해는 앵커리지를 출발해 니콜라이~오피르~아이디타로드(알래스카어로「머나먼 곳」)~칼탁을 거쳐 베링해의 항구도시 놈에 이르는 남코스를 질주한다.
지난 73년부터 매년 3월 첫째 토요일에 출발해온 이 레이싱이벤트의 특징은 대회기간 동안 문명의 이기나 일체의 외부 도움없이 오직 개썰매만으로 경주를 치른다는 점.코스 중간 중간에 체크포인트가 있긴 하지만 눈이 뒤덮인 계곡과 산 ,얼음호수를 가로지르는 동안의 숙식은 물론 부상위험 등 온갖 어려움을 경주자와 1팀당 평균 15마리 정도의 개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올해 참가팀은 80여개팀.알래스카 본토박이 주민을 비롯해 미국.프랑스.독일.일본.스페인 등에서 내로라 하는 「머셔」(개썰매 경주자)와 모험가들이 시련을 자청했다.
경주 도중엔 길이 따로 없다.출발지인 앵커리지에서 와실라까지1백60㎞ 구간만 정상적인 도로일뿐 나머지 1천7백㎞는 오로지나침반과 머셔의 판단 자체가 곧 「길」이 된다.
경주 도중 눈구덩이나 예기치 못한 장애물에 부딪쳐 썰매가 예사로 부숴지며 강인한 허스키종(種)경주견조차 피로와 추위에 지쳐 쓰러지는 등 낭패가 잇따르지만 무엇보다 알래스카의 혹한과 강풍이 머셔들의 앞길을 가로막는다.대회기간 중 평 균기온은 영하 10도 정도.하지만 시속 80㎞ 이상 불어대는 동토의 칼날같은 바람은 체감온도를 영하 40도 이하로 떨어뜨려 머셔와 개들을 괴롭힌다.
두터운 극지용 파카와 슬리핑백이 머셔의 필수장비이며 개들도 네발에 털신으로 「중무장」하지만 북극권의 동장군을 이기기엔 역부족이다.다행히 완주의 영예를 얻었다 할지라도 도착지인 놈에 도착할 무렵엔 각 팀마다 개숫자가 3~4마리씩 주 는게 보통이다. 아이디타로드 경주방식은 자동차 랠리방식과 비슷하다.코스 중간에 설치된 20군데 체크포인트서 코스 경유 확인만 받을 뿐나머지 구간은「알아서」달린다.그러나 규정만 지키면 정해진 코스가 따로 없다는 점 때문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리 게 돼 오히려 경쟁열기를 높인다.
경주 첫해인 73년 우승기록이 20일49분41초(딕 윌마트).제프 킹의 최단기록은 이를 약 절반이나 단축한 셈이다.
아이디타로드 경주 총상금은 40만 달러(한화 약 3억4천만원)로 우승자에게 5만달러(한화 약 4천4백50만원)가 돌아간다. 아이디타로드를 94년 2연패한 마틴 부저(미국)는『나는 상금때문에 목숨을 걸진 않는다.
아이디타로드를 완주한 이상 비록 꼴찌를 했다 하더라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개썰매로는 캐나다 몬태나州에서 열리는「하늘끝까지 경주」(Race to Sky)와 알래스카~러시아를 잇는 대륙간「호프 레이스」 등이 유명하지만 난이도와 권위면에선 아이디타로드가 단연 첫손 꼽힌다.아이디타로드에 관한 한 완주 그 자체가 영예인 것이다.
林容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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