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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형펀드 급락장서 더 ‘몸집’ 불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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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회사원 홍명호(35)씨는 24일 코스피지수가 2% 넘게 뛰는 걸 보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틀 전 1609.02까지 급락했을 때 주가가 저점에 가까워졌다고 보고 국내 주식형 펀드에 여윳돈을 집어 넣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0% 넘게 급락했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로는 계속 돈이 몰리고 있다. 20여 일 동안 설정액이 6조원 넘게 늘었다. 주가가 크게 빠졌을 때가 바로 돈 벌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투자자들, “급락장이 좋다”=국내 주식형 펀드 가입자들은 지난해에도 주가가 추락할 때 투자액을 더 늘렸다. 7월 25일 2000을 돌파했던 코스피지수는 한 달도 안 된 8월 17일 1638.07까지 주저앉았다. 그러나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이 기간 동안 하루 평균 2715억원씩 늘었다. 특히 7월 27일 주가가 하루에 4.1%나 떨어지자 다음 날엔 6639억원이 쏟아져 들어왔다. 투자자가 당일 증시 상황을 봐 가며 국내 주식형 펀드에 돈을 넣으면 해당 펀드에는 다음날 반영된다.
 
반면 주가가 1771에서 2000선까지 급등한 7월 2∼25일에는 하루 평균 증가분이 1796억원에 그쳤다. 주가가 급격히 떨어질 때보다 빠르게 오를 때 신규 투자를 더 불안해한다는 뜻이다.
 
◇주식형 펀드, 아직 버틸 힘 있다=굿모닝신한증권이 최근 적립식 위주의 국내 주식형 펀드 88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주가가 1400선 이하일 때 이들 펀드에 들어온 돈은 13조원이다. 반면 1600선 이상에서 들어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자금은 6조7000억원 정도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이익을 내고 있는 자금이 많다는 얘기다. 이 회사 박효진 연구위원은 “펀드런(대규모 환매 사태)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근 적립식 투자가 크게 늘었다는 것도 버팀목이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적립식 펀드 가입자들은 주가가 좀 떨어졌다고 쉽사리 환매를 하지 않는다”며 “장기 투자를 해야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투자자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쏠림은 더 심해져=올해 들어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 새로 들어온 돈은 10조원 정도다. 이 중 절반 이상을 미래에셋이 쓸어갔다. 나날이 집계되는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 증가 1∼3위를 이 회사가 독차지하는 날도 많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22일에도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 4C-A’ ‘미래에셋솔로몬주식 1’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주식 1(C-A)’가 각각 260억, 124억, 83억원을 새로 끌어들이며 선두권을 지켰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약세 장 속에서 업계의 맏형인 미래에셋이 최대한 선방해 주는 것이 전체 펀드 시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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