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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루 重病앓는 인천 고잔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20여년간 계속된 유리섬유제조업체의「환경파괴」행위와 이를 눈감아온 관계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한 마을을「저주받은 땅」으로 만들었다.
새우젓 시장으로 유명한 인천소래포구 문턱에 자리잡은 무허가건물 밀집지역인 인천시남동구고잔동 1통1~2반.
47가구 1백60여명의 서민들이 보금자리를 튼 이 곳은 그러나 보이지 않는「유리가루」로 인해 마을 전체가 중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다.
고잔동환경보전대책위 위원장 조재구(趙在九.38)씨에 따르면 마을 주민 6명(역학조사팀은 4명으로 파악)이 식도암.구강암등악성종양으로 세상을 등지는가 하면 주민 23명이 주먹만한 양성종양으로 고생하는 것을 비롯,전체주민의 절반 이 상이 피부병.
위장병.호흡기질환등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고잔동1통 주민이 유리섬유에 노출돼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유리가루 공해병」에 시달리게 된 것은 마을에서 20여m떨어진 유리섬유전문생산업체인 한국인슈로社의 폐기물「불법」매립이 그 원인이었다.
74년 11월 공장 가동 직후부터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 특정산업폐기물로 분류돼 반드시 허가받은 매립장소에 폐기처분 해야하는 유리섬유찌꺼기를 그냥 공장내 부지에 파묻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1년간 계속된 불법폐기물 투기는 깊이 10m,넓이 7백여평의 공간에 10t트럭 1백50여대분의 거대한 유리섬유쓰레기 무덤을 만들었으며 여기서 유리섬유가루가 빗물과 함께 지하수로 흘러들어갔다.
결국「무허가 건물에 사는 죄」로 상수도를 사용못해 지하수에 의존해온 현지 주민이 피해를 보게된 것으로 역학조사반은 추정했다. 공장과 인접한 집일수록 피해가 컸다.
공장에서 2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사는 김선배(金仙培.57.여)씨는 7년전 위암으로 남편을,식도암으로 시어머니를 잃고 옆방에 세들어 살던 30대 초반 가장 역시 6년전 위암으로 죽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또 金씨의 바로 옆집에 사는 閔면식(42)씨 가족 역시 온몸에 혹이 발생,부친과 모친 그리고 閔씨등 3명이 혹제거수술을 받아야하는 곤욕을 치렀다.
고잔동 1통장 유수방(兪秀芳.58)씨는『마을 주민 중 상당수가 탈모증.피부병.위장.호흡기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4㎞이상 떨어진 인천수산동까지 나가 식수를 길어다 먹어야하는 불편을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민의 고통이 표면화된 것은 趙씨등 52명의 주민으로구성된「고잔동환경보전대책위」가 발족한 직후인 91년7월.
대책위는 구성 직후 실시한 수질 검사에서 유리의 주성분인 규소가 규정치 이상으로 검출되는 등 사용해온 지하수가「식수사용 부적합」임을 밝혀냈다.곧바로 주민은 혐의가 짙은 한국인슈로社에폐기물 매립 금지를 요청하는 한편 환경부.인천시 등 관계당국에지속적인 탄원을 했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이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반면 회사의 폐기물 투기는 계속돼 결국 참다 못한 주민은 지난해 11월13일 인천지검에 회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회사측은『유리섬유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며비용문제등을 내세워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절반 이상의 유리섬유찌꺼기가 공장바닥에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仁川=表載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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