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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 백과사전 ‘대동운부군옥’완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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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도(道)/…팔도(八道): “팔도로 지역을 나눔에 경기도가 홀로 높네”…효자:허계도(許繼道). 본관은 김해로 우헌 허옹의 아들. 어머니가 돌아가심에 묘 곁에 여막을 짓고 삼년 동안 시묘살이를 했다. 왜구의 침략이 극성이었지만 그는 일찍이 하루도 묘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조선 최초의 백과사전으로 꼽히는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전20권·사진)’이 완역됐다. 임진왜란 이전 조선의 지식과 문물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실려 있다.

 이 책은 조선 중기의 학자 초간 권문해(草澗 權文海·1534∼1591)의 필생의 역작이었지만 출판 과정은 평탄치 않았다. 초간의 지인이었던 학봉 김성일(鶴峯 金誠一)이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보고 선조 임금의 재가를 얻어 국가적 사업으로 간행하려 했으나 임진왜란으로 중단됐고, 무려 200여년이 지난 1798년(정조 22)에야 초판이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200여년이 흘러 이번에 한글 번역본이 완간된 것이다.

 이 책의 형식은 중국의 한자 사전인 ‘운부군옥(韻府群玉)’ 체제를 따랐다. 하지만 그 내용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조선의 지식을 실었다. 젊어서부터 조선의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는 저자의 주체적 역사의식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지리·국호·성씨·인명·효자·열녀·수령(守令)·신선·나무·꽃·금수(禽獸) 등 크게 11개 항목으로 분류해 한자의 운(韻)별로 정리 수록했다. 저자가 편찬과정에 참고했다는 조선 책 172종 가운데는 현재 전하지 않는 책이 40여종이나 포함돼 있다. 임진왜란을 겪으며 사라진 자료들로 추정된다.

남명학연구소 경상한문학연구회 소속 연구원들이 2001년 시작해 8년에 걸쳐 역주했다.
2003년 절반 분량인 10권이 소명출판사에서 나왔고, 나머지 10권은 민속원으로 출판사를 옮겨 출간됐다. 20권 전체의 판매권은 민속원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권의 색인 작업이 추가로 진행중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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