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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Prism] 베트남 發 ‘新칭기즈칸 꿈’ 꿈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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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지난 연말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그의 재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의 ‘세계경영’이 어느덧 한국경제의 화두이자 현실 아닌가?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베트남 진출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 정부의 사면복권이 있던 날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자신이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의 측근인 백기승 전 대우그룹 전무는 “김 전 회장이 (사면복권에 대한) 특별한 말씀은 없었다”면서 “대우사태 10년이 법률적으로 종결된 데 대해 남다른 감회와 함께 그 동안 관심을 가져준 국민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심정을 밝혔다.

김 전 회장과 대우그룹만큼 한국경제의 고속성장과 몰락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도 드물다.

김 전 회장이 31세이던 1967년 자본금 500만 원으로 시작한 대우실업이 모태인 대우그룹은 1970~80년대 급성장했고, 1990년대 들어 세계경영을 기치로 더욱 가속 페달을 밟았지만, 결국 그 후유증으로 외환위기와 함께 공중분해되고 말았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젊은이들에게 꿈과 도전 의식을 심어줬던 김 전 회장. 그러나 그는 천문학적 부실 책임을 지고 오랜 해외도피 끝에 구속 수감됐으며, 이제는 칠순을 넘긴 채 병마와 싸우고 있다.

외환위기 전 동남아·동유럽·남미 등에 가장 먼저 글로벌 경영체제를 구축해 한국경제와 기업의 세계화를 주도했던 주인공 아니던가? 동구 사회주의 개방 초기 폴란드·헝가리·체코 등에 자동차 공장을 구축했던 그에 대해 동유럽의 한 언론은 “칭기즈칸이 다시 몰려오고 있다”며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의 사면복권은 여러모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 그는 지금껏 병원과 자택만 오갈 수 있도록 사생활에 엄격한 제약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면으로 김 전 회장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해졌다. 어떤 형태로든 그는 예전의 은둔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이 봇물을 이루는 이유다.

대우그룹 시절부터 김 전 회장의 ‘입’ 역할을 해온 백기승 전 전무는 “김 전 회장은 한국경제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일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전 회장은 평소 자신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평가를 잘 알고 있으며, 그들에게 진 빚을 갚아가는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고 덧붙였다.

일각의 관측대로 만일 그가 재기에 나선다면 기본적으로 가장 필요한 요소는 돈이다. 그런데 자신의 말대로라면 김 전 회장은 사실상 무일푼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검찰이 자신의 재산을 강제집행하기 위해 신청한 재산명시신청 재판 당시 법원과 검찰 등에 소유 재산 목록을 제출한 바 있다. 재산명시제도는 법원이 채무자에게 명시한 재산목록을 제출하게 하고, 이것이 진실하다는 것을 선서하도록 하는 절차다.

여기에 김 전 회장은 거제도에 있는 부동산 43만여 평과 대우경제연구소 주식 13만2,000주, 서울 힐튼호텔 펜트하우스 등 3건만 기재했다. 그리고 이들을 모두 합한 금액이 19억여 원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이 3건의 재산목록 중 실제로 강제집행할 수 있는 재산은 없었다.

감정가 약 19억 원으로 평가된 거제도 부동산 43만여 평은 이미 오래 전 채권자들에 의해 경매가 시작된 땅이었으며, 감정가 6억 원대의 대우경제연구소 주식 역시 비상장 회사 주식이어서 실제 가치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더구나 이 주식도 이미 반포세무서에 의해 공매에 넘겨진 바 있고, 감정가의 절반에도 낙찰받으려는 사람이 없어 12차례 유찰 끝에 결국 공매 절차가 중단됐다.

힐튼호텔 펜트하우스도 호텔 소유주인 싱가포르계 투자회사 측이 김 전 회장을 상대로 “과거 임대계약은 무효이므로 방을 빼달라”며 명도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소유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김 전 회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재산은 이제 한 푼도 없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의문점이 너무 많다. 한동안 온갖 억측과 소문을 낳았던 영국 런던의 비밀 금융조직 BFC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에서 부인 정희자 전 대우개발 회장과 자녀들이 확보해둔 재산만 봐도 “돈이 없다”는 그의 말은 어딘가 믿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가까운 예로 지난해 검찰이 찾아낸 김 전 회장 막내아들의 수상한 돈 거래를 들 수 있다. 지난해 9월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한 회사의 수상한 자금 흐름 정보를 넘겨받았다.

한 영화 투자사에서 지난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100억 원에 이르는 뭉칫돈이 수시로 입출금된 것. 검찰은 이 회사가 김 전 대우그룹 회장의 막내아들 김선용 씨가 공동 설립한 회사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에 따르면 선용 씨는 공동 투자 형식으로 이 회사 경영에 참여해 왔고, 지난해 8월에는 등기이사로도 등재됐다. 이 회사 대표는 지난해 한 영화잡지와 인터뷰에서 “원래 김선용 이사가 먼저 회사를 시작했다. 김 이사는 2년 전부터 선배를 통해 알게 된 사이인데, 둘 다 영화를 하고 싶어 안달이었던 터여서 죽이 잘 맞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이 돈이 김 전 회장의 숨겨둔 돈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해 돈의 출처를 캐묻는 등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용 씨의 최근 근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노블베트남’이라는 회사를 통해 베트남의 하노이·다낭·호찌민에서 골프장 및 주택개발사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이 전해지는 정도다.

은닉재산은 아니지만 김 전 회장의 딸인 김선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도 아버지를 통해 받은 상당한 규모의 재산이 있다. 1987년 김상범 현 이수그룹 회장과 결혼한 장녀 선정 씨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관 큐레이터를 맡는 등 예술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대우그룹이 부도나기 직전인 1998년 말 증여계약서까지 작성하고 이수화학 주식 24만7,300여 주를 넘겨받았다. 그는 이 주식 중 2만2,000주를 팔아 8억 원 규모의 증여세도 납부했다. 최근 이수화학 주가 약 1만2,000원인 것에 비춰보면 김 교수가 가진 이 주식의 가치만 26억 원이 넘는다.

자산관리공사는 이 주식을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이라며 소유권확인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명목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이 주식은 이제 엄연한 김 교수 소유 재산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김 전 회장 가족의 재산목록 중 백미는 부인 정희자 전 대우개발 회장 소유의 재산이다. 대표적으로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을 들 수 있다. 65만 평 대지에 27홀을 갖춘 이 골프장은 시가가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도니스 컨트리클럽은 한때 환수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2001년 11월 예금보험공사가 골프장 지분 81.4%와 두 아들 명의로 된 서울 방배동 토지 등이 김 전 회장의 숨겨놓은 재산이라며 법원의 판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법원은 적법한 증여 절차를 거친 것으로 김 전 회장 소유가 아니라 가족들의 재산이라며 김우중 씨 일가의 손을 들어줬다.

아도니스 골프장과 함께 눈여겨볼 대목은 필코리아리미티드라는 회사다. 정 전 회장은 1984년부터 필코리아 회장을 맡았다가 지금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필코리아는 1976년 설립돼 관광호텔업과 부동산임대업 등을 영위하던 옛 대우 계열사 동우개발이 전신이다.

이 회사는 경주힐튼호텔·GH호텔 등을 소유하고 있으며, 대우하노이호텔 위탁경영도 맡았다. 1995년 대우개발로 이름을 바꿨고, 1998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2000년 필코리아리미티드로 상호를 변경했다.

2006년까지 필코리아의 최대주주는 90.4% 지분을 가진 퍼시픽인터내셔널이었는데, 정 전 회장이 아들과 함께 9.6%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은 2003년 8월 말 대표이사 직에서 사임했고, 2006년에는 퍼시픽인터내셔널의 지분 89.3%가 베스트리드라는 외국계 법인에 넘어갔다.

하지만 정씨는 여전히 필코리아에서 ‘회장님’으로 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유는 정 전 회장과 아들 선협 씨가 경영하는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과 필코리아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감을 잡을 수 있다.

필코리아는 다수 기업에 지분을 투자한 지주회사 성격을 띠고 있다. 아도니스 골프장(18.6%)과 경남 양산 소재 에이원 골프장(49%) 지분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아도니스 골프장은 정 전 회장이 자녀들과 함께 지분 81.4%를 갖고 있는 곳이다. 또 아도니스는 에이원 골프장 지분 49%를 갖고 있다. 골프장이라는 업종을 매개로 얽히고 설킨 순환출자형 지분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정 전 회장은 또 적지 않은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는 실체가 드러나기도 했다. 대표적 예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 882㎡(267평) 규모의 나대지다. 대기업 회장을 비롯해 외국계 회사나 금융·증권사 고위 임원 사이에 인기가 높은 유엔빌리지 내 빈 터로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땅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2003년 8월 이 땅을 사들였다. 이 택지는 유엔빌리지 내에서도 가장 높은 지대에 속해 한강과 그 이남까지 시원하게 보일 정도로 뛰어난 전망을 가지고 있다.

김 전 회장 가족이 1978년부터 살았던 서울 방배동 집은 제일은행 등 채권단에 의해 강제경매로 넘겨졌다. 당시 정 전 회장은 감정가가 제대로 매겨지지 않았다며 두 번의 낙찰무효소송을 내는 등 집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2003년 6월 최종적으로 경매가 낙찰되자 집을 포기하고 새로운 집터를 알아본 것으로 보인다.

유엔빌리지 내 나대지의 경우 입지가 좋다 보니 정 전 회장이 구입하기 전에도 몇몇 대기업 회장이 이곳을 집터로 점 찍어 놓기도 했었다. 실제로 1997년에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 사들였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 전 회장의 집은 그룹이 몰락하면서 용산세무서·영등포세무서·반포세무서·서울시·용산구청·대한생명 등에 압류당해 경매로 팔려 나갔다. 분할매각됐던 이 토지는 이후 다시 합쳐진 뒤 2002년 3월 모 웹에이전시 회사가 사들였다. 당시 이 회사가 땅을 왜 사들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 땅은 현재 시가인 3.3㎡당 2,500만~3,000만 원으로 따졌을 때 67억~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 부동산에 따르면 이 땅과 붙어 있다시피 한 모 빌라도 사실상 김 전 회장 소유라는 소문이 있다고 한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김 전 회장 소유로 알려진 땅은 유엔빌리지 내에서도 지대가 높아 한강 조망권이 충분히 확보되는 땅”이라며 “맞닿은 땅을 묶어 함께 개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한남동 땅 외에 정 전 회장은 경남지역에도 큰 규모의 땅을 갖고 있으며, 이곳에 추가로 골프장과 호텔 등을 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주목되는 것은 전국에 산재한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김 전 회장 일가의 레저사업 확대 여부다. 이 경우 아도니스 골프장 대표를 맡고 있는 차남 선협 씨가 향후 사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회장도 베트남 정부의 리조트 개발 사업에 컨설팅을 하는 등 레저산업에 관심이 많아 가족의 레저사업 확장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이 남북이 합의한 서해안경제특구 행정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친기업적인 새 정부 아래서 그에게 과거의 영화를 재연할 기회가 주어질 공산도 적지 않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그가 가족사업에만 관여하기보다 더 큰 그림을 갖고 재계에 등장하리라는 것이 유력한 관측이다. 김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은 “과거 대우그룹은 해외에 500여 개의 사업장이 있었으며, 지금도 각 나라 정부나 사업 파트너들이 김 회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이나 정부의 외자유치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옛 대우그룹 계열사들의 매각에도 관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머지않아 아직도 자신이 상당한 기반을 갖고 있는 베트남으로 출국해 명예회복과 경영 복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동안 재계 일각에서 “김 전 회장의 오랜 기업 경영 경험을 살려 뭔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온 데다, 김 전 회장 스스로도 어떤 식으로든 명예회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미 재계에는 김 전 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최측근 중 한 사람이었던 이동호 대우자동차판매 사장이 현지에 김 전 회장의 거처를 마련하고 향후 경영에 복귀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마쳤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김 전 회장은 평소 베트남과 동구권 국가에서 활발한 대외활동과 경제자문을 통해 국가원수에 준하는 대우를 받아왔다. 실제로 대우그룹 전직 고위 임원도 “예전처럼 왕성한 활동을 할 수는 없겠지만 조용히 지내지도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베트남·중국 등에서 활동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대우그룹 출신 관계자도 “김 전 회장은 사면되면 베트남으로 건너가겠다는 말을 종종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김 전 회장은 해외에서 유랑하는 동안 베트남의 국토개발사업을 자문했다”면서 “사면되면 베트남으로 건너가 개발 관련 사업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이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건설에 이미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10여 년 전 베트남 정부는 김 전 회장에게 하노이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맡긴 적이 있다”며 “그 동안 지지부진하던 하노이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2년 전부터 가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사업 재개를 위한 자금은 태국의 한 사업가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하지만 건강상태나 그 간의 경영 공백 등을 감안할 때 김 전 회장이 예전처럼 활발한 경영활동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그의 해외활동이 현지 경영고문 역할에 그칠 공산도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고령인 데다 건강이 좋지 않아 무리하게 경영 전면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지원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전 회장은 특별사면됐지만 그가 법원에서 선고받은 18조 원의 추징금은 그대로 남아 있어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하는 데 제약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건강이 허락할지도 미지수다. 김 전 회장은 5년여에 걸친 해외 체류로 건강이 크게 나빠진 상태다. 김 전 회장은 심장·뇌·신장 등에 대형 수술을 받았다. 한때 심장혈관이 모두 막혀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2006년 징역 8년6개월을 선고받고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뒤에는 협심증 치료를 받느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장기 입원했다.

이로 인해 김 전 회장은 그 동안 병원에 있는 시간을 빼고는 가족과 함께 서울 방배동 자택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요즘 들어 거의 완치됐다는 이야기도 있어 그의 건강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김 전 회장의 건강과 관련해 측근인 백기승 전 대우그룹 전무는 “김 전 회장은 병원에 입원한 뒤 5~6차례 큰 수술을 받기는 했지만 건강상태는 비교적 좋다”며 “대외활동에 큰 제약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옛 대우 임원은 “김 전 회장은 최근 아주대병원에서 퇴원한 것으로 안다”면서 “아마 한동안 지방에서 요양하면서 장래 계획에 관해 생각을 가다듬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김 전 회장은 당장은 경영활동을 재개하기보다 건강 회복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며, 여러 가지 여건상 특정 회사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징금 때문에 어디서 어떤 형태로든 수입이 생기는 즉시 추징당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대우 계열사를 통한 20조 원대의 분식회계와 9조8,000억 원의 사기대출, 재산 국외 도피 등의 혐의로 2005년 구속 기소돼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8년6개월과 벌금 1,000만 원, 추징금 17조9,253억 원을 선고받았다.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는 “추징은 부가형이지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추징 선고를 받은 사람에 대해 징역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동시에 복권하는 특별사면이 있는 경우, 추징에 대해서도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도 “추징금 사면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전례도 없고, 김씨의 경우도 1997년 사면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특별사면되지만 추징금은 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과연 어디로 갈까? 그리고 무엇을 할까? 현재로서는 잊혀진 인물로 세월에 파묻힐지, 국내외 어디선가 노련한 경영인의 모습으로 재기할지 궁금증만 가득 불러일으킬 뿐이다.

정일환 월간중앙 기자 [wh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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