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인간 연구활발-불치병 치유 유일한 대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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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 67년1월 불치의 간암으로 사망하기 얼마전 부동액이 든 DMSO(디메틸 설파 옥사이드)의 인공혈액으로 대체된 뒤 영하1백96도의 액체질소로 채워진 강철용기 속에서 냉동인간 1호로보존돼온 미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베드포드박사(당 시 75세).
2030년께 모든 암의 치료기술이 개발되면 냉동생물학자와 의사들은 베드포드 박사의 몸을 해동시키면서 전신에 퍼진 암세포들을 몰아내고 그는 주변의 축복속에 마침내 63년간의 긴 잠에서깨어난다.
최근 개봉돼 크게 인기를 끌었던 영화 『데몰리션 맨』.
이 영화는 「냉동」선고를 받고 복역중이던 극악범이 탈출하자 역시 냉동상태로 있던 전직경찰이 해동(解凍)돼 쫓고 쫓기는 한판을 스릴있게 보여준 바 있다.
얼핏 황당해 보이는 두 이야기는 그러나 앞으로 실현될지도 모르는 냉동인간시대의 가상 시나리오로 미국.일본등은 인간의 직접냉동보존 또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생리구조를 인간의 몸에 적용,동면시키는 방법등에 대해 활발히 연구중이다.
미국「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은 94년 현재 3백74명을 이같은목적으로 냉동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체의 냉동보존.동면은 아무 것도 먹지않고 호흡마저 거의 정지한채 신진대사를 죽음직전의 최저로 유지시키는것.따라서 에너지소모율의 극소화와 함께 질병의 진행이 중지되고 더이상 늙지도 않는다. 서울대의대 김기환(金基煥.생리학)교수는 『인체 산소소비량은 정상체온에서 1백일때 30도에서 50~55%,20도면 20~25%,5도 정도면 5%로 낮아질만큼 에너지 소모율도 극히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는 암.에이즈등 난치병 환자에 대한 치료법이 개발될 때까지생명을 연장시켜 둔다든지 또는 수명연장과 우주여행등에 필요한 수단으로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체온을 극도로 낮춰 심장은 거의 정지했으나 사망하지 않은 상태로 냉동보존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뇌세포에 산소공급이 중단되고 5분정도 지나면 뇌세포 파괴가 시작되며 조직세포가 얼면 조직의 붕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게다가 냉동된 인체를 나중에 다시 해동시켜 깨어나게 한다는 것 자체가 현재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에대해 서울대의대 전용성(全勇成.생화학)교수는 『베드포드박사의 경우 28년이 지난 지금 현대의학으로는 의식회복이 불가능할지 모르나 의학이 앞으로 더욱 발달하면 가능할 것으로 믿고 냉동시켰을 것』이라며 냉동인간시대의 실현가능성을 비췄다.
현재의 이같은 어려움 때문에 일본에서는 냉동보존보다 심장기능이 최소화한 상태에서 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생리구조를 인체에 적용시키려는 인공동면법에 대해 연구중이다.
그중 하나가 일본 미쓰비시(三菱)화학 생명과학연구소의 동면제어연구실로 연구팀의 긴도(近藤宣昭)박사는 『이미 다람쥐에서 동면과 관련된 단백질(HP)과 화학변화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연구팀은 다람쥐가 비동면기에는 인간의 체온과 비슷하나 동면에앞서 체내에서 HP가 급격히 감소하고 화학적 변화로 동면기 체온이 5도 이하로 떨어져도 다른 동물과 달리 심장이 박동한다는사실을 알았다.
비동면기 다람쥐의 심장박동수는 분당 4백50회정도에 이르나 체온이 5도 이하의 동면기는 분당 10회 이내로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인간의 경우 체온이 30도 이하만 돼도 심장이 정지해버린다.
심장은 칼슘이온의 조절에 의해 수축.이완하는데 체온이 떨어지면 다른 동물은 칼슘이온의 유입.배출기능이 마비,심장이 정지하게 되나 다람쥐는 동면기에 이르면 심장의 근소포체(筋小胞體)가고농도의 칼슘이온을 축적한다는 것.
그뒤 외부로부터 칼슘이온 유입이 차단되는 동면기간중에는 아주낮은 체온에서도 심장이 멎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칼슘이온을 배출하는데 이같은 칼슘이온농도 자동조절기구가 동면상태의 낮은 체온에서도 심장기능을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열쇠라는 것이다.
긴도박사팀은 현재 HP와 칼슘이온농도 조절기구등에 대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 기구가 완전 규명되면 이를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李起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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