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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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 같은 취지에서 새로 발족할 방송통신위원회 종사자들은 21세기 디지털 융합시대에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으로서의 조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구 자체에 지고지순한 절대가치가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과 통신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는 지식정보사회를 이루는 하부 구조로서 과거의 대량 생산·소비의 매스미디어적 속성에서 나아가 다종(多種) 소량(小量) 생산·소비, 더 나아가 주문형 생산·소비의 퍼스널 미디어로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성, 다원성은 어느 시대보다도 중요한 사회적 가치가 되고 있으며 미디어를 다룸에 있어서 일방적인 독임제 기구가 아닌 합의제 기구가 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다.

항간에는 몇 가지 우려가 있는 것 같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 소속인 것에 대한 우려다. 이것은 지난 세월 무소속 방송위원회의 폐단을 경험한 우리 사회의 학습효과에 따른 또 다른 차원의 선택이다. 따라서 업무의 독립성을 위해 정치적 절제가 필요하다. 여당은 대통령 소속의 방송통신위원회를 정부 법안으로 이미 1년 전에 내놓았기에 이제 와서 이에 이의를 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독임제 부처조차 합의제를 공평성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어 진흥업무를 떼어낼 명분도 약하다. 그런가 하면, 합의제 기구가 정책결정이 늦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말 그대로 전원 합의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분명히 하고 투명한 절차의 규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보다 바람직한 방송통신위원회를 기대하며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먼저 정책목표가 디지털 민주주의 실현, 디지털 문화 창달, 디지털 산업발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산업 발달만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며, 규제완화는 수단이지 목표가 되어서도 안 된다. 둘째, 규제시스템은 철저히 공개규제 원칙에 입각해 운용되어야 한다. 과거의 폐단은 불투명한 정책결정과 규제에 있었다. 투명성을 확보되고 공정경쟁이 가능한 규제시스템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리고 각 시장에서 경쟁 상황평가를 통해 체계적인 규제, 탈규제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 정부가 규제완화를 지향한다면, 위원회 조직이 클 이유가 없다. 민간의 심의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넷째, 콘텐트 중심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다양하고 양질의 콘텐트가 양산되고 유통·공유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부와의 협력과 방송발전기금 이외에도 지식경제부로 이관한다는 기금의 일부 활용도 검토할 수 있겠다. 제반 정책과 기능이 수용자 중심으로 이뤄져야만 하는 것은 물론이다.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