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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실적’ 그들에게 채찍 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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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I believe we still have a long way to go).” 남용 LG전자 부회장(사진)이 22일 서울 홍은동의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임원회의에서 던진 올 경영 화두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임원들에게 구두 끈을 다시 바짝 조이라는 주문이다.

21~22일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회의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한 임원은 “지난해 성적이 좋아 칭찬받을 줄 알았는데…”라며 “해외 시장을 새로 개척하는 비장한 심정으로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120여 개국의 법인장·지사장을 비롯해 400여 명의 임원은 회의에서 남 부회장과 함께 ‘글로벌’ ‘혁신’을 주제로 난상 토론을 벌였다. 주제 발표나 분임조(25개 조) 토의는 물론 모든 일상 대화까지 영어로 했다. 글로벌 시장개척의 의지를 다지는 뜻에서 영어로 대화를 했다고 한다.

이번 회의에서 임원들은 격려의 말을 딱 한번 들었다. 정도현 CFO(부사장)가 “지난해 글로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좋았고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무려 50% 늘었다”며 “이는 임직원들의 노고”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영실적이 성에 차지 않은 눈치였다. 남 부회장은 정 부사장의 브리핑 직후 “비즈니스가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지난해는 단지 글로벌 TOP 3 전자업체로 거듭나기 위한 모멘텀 기간일 뿐”이라며 “올해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분발을 촉구했다. 비즈니스가 탄력을 받았을 때 가속도를 붙이자는 뜻이다.

남 부회장은 이날 외부 인재 영입 ▶마케팅 중심의 조직 개편 ▶LG 브랜드의 프리미엄화를 3대 경영 전략으로 내세웠다.

특히 남 부회장은 “비싸도 제품이 좋고, 브랜드가 올라가면 잘 팔린다”며 프리미엄 브랜드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LG전자는 올해 최고인사책임자(CHO) 자리에 외국인 전문가를 앉히고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도 눈을 돌리기로 했다. 회의가 끝나갈 무렵에 이뤄진 질의응답 자리에서 한 임원은 남 부회장에게 “2010년에 정말 내로라하는 다국적 전자회사들을 제치고 ‘TOP 3’가 될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남 부회장은 “TOP 3 도약의 가장 중요한 승부수는 ‘자신감’”이라며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굵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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