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라의KISSABOOK] 언제나 가고픈 ‘외국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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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장 피에르 다비트의 『다시 만난 어린왕자』에 보면 의자에 궁둥이 딱 붙이고 앉아 세계를 여행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여독에 시달릴 필요도 없고 여행 경비 걱정도 없이 여행의 즐거움만 쏙 뽑아 누린다.

직접 길을 나서기엔 날씨의 협조가 요원한 계절. 마음마저 꽁꽁 얼어붙는 날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여행을 꿈꾸게 된다. 특히 주머니에도 한파가 몰아닥쳐 애들을 어학연수나 스키캠프에 보내지 못해 속상한 엄마라면 더욱 그럴 터.
 
오늘은 기분 좋은 공짜 티켓을 들고 남아프리카로 날아가 보자. 베벌리 나이두는 여간한 여행광이 아니라면 평생 가보기 힘든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야기』(생각과느낌)를 들려준다. 여행에는 식도락과 쇼핑을 즐기는 오감 여행이 있는가 하면, 차분하게 인생을 반추하게 만드는 사색 여행이 있다. 이번 여행은 후자가 될 듯.
 
책 속에는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에 얽힌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아프리카는 원래 검은 땅이 아닌가. 아이러니하게도 그 땅에서 검은 피부가 차별받고 있다.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차별’이라는 행위에 몰입하다 보면 차별의 능동·수동 주체가 되는 인간을 놓치게 된다. 언제나 문학의 무게중심은 인간에게 놓여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인권 유린을 지탄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런 행위를 정당화하는 가치관은 과연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를 탐구할 수 있도록 생각의 물꼬를 터주자. 그들만 비난받아 마땅하고 우리가 친구에게 행하고 있는 일상적인 독선은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뿌리를 추적해 보면 그것 또한 편파적인 잣대가 낳은 산물이긴 마찬가지 아닐는지. 이번 기회에 만델라의 위인전까지 손 뻗어보면 더욱 유익할 것이다.

이제는 인도로 흥미진진한 여행을 떠날 차례. 란지트 랄은 『기탄잘리의 전설』(다림)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을 전설적인 코끼리 기탄잘리가 살고 있는 칼라가트 밀림으로 초대한다.

타고르의 시집 제목에서 따온 기탄잘리는 곤궁에 처한 코끼리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코끼리의 이름이기도 하고, 코끼리를 열광적으로 사랑하는 소녀의 이름이기도 하다. 울창한 밀림 속 전설과 맞물린 두 기탄잘리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아이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비결을 한 수 배우게 될 것이다. 새 전문가이기도 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 덕분에 인간과 동식물의 교감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기탄잘리의 전설』은 10세 이상,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는 13세 이상의 어린이와 제3세계 문학의 별미 기행을 꿈꾸는 엄마들에게 적합하다.

임사라 <동화작가> romans8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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