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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상의 맛있는 나들이] 후루룩 … 우동 한 그릇 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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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은 찬 바람이 부는 한겨울이 제격이다.

하얀 김이 오르는 우동 그릇의 온기로 꽁꽁 언 몸을 녹이고, 따뜻하고 촉촉한 우동 가락을 "후루룩" 빨아들이며 매서운 겨울 허기를 달랜다. 겨울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동을 즐기는 이들은 또다시 사계절을 돌아야 우동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가는 겨울이 아쉬울 것이다.

서울 태릉 입구에 위치한 '가가와(香川.02-977-7100)'는 일본식 우동을 직접 만들어내는 집이다. 생면을 만들어 우동을 말아내는 곳은 서울 시내에서 몇집 안 되는데 이곳에서만 영업한 지 벌써 10년이나 됐다. 그러나 먼 길을 달려 음식점 앞에 서면 우동집이라기보다 평범한 일식집으로 다가온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치면 머릿속이 더 혼란스러워진다. 얼핏 보니 우동 메뉴는 별로 없고, 사시미(회).스시(초밥).샤브샤브.돈가스.돈부리(덮밥).스키야키 등 보통 일식 차림이 대부분이다. 종업원을 불러 "우동집이 맞냐"고 물었다. 맞단다. 메뉴는 다양하지만 정식 메뉴엔 우동이 곁들여진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 메뉴 곳곳에 우동 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이 집의 우동은 일본식으로 밀가루와 소금물만으로 반죽한다. 하루 정도 숙성 과정을 거쳐 매일 오전.오후 두 차례 면을 뽑는다. 그래야 밀가루 입자에 소금물이 골고루 스며들어 면의 탄력이 최적의 상태로 된다는 것. 우동 국물도 가쓰오부시.다시마.표고버섯을 넣고 매일 만들어 쓴다고 한다.

최고 인기 메뉴라는 가가와 새우정식(1만원)을 주문했다. 덮밥에 올라가는 모양으로 큰 새우튀김 세 마리가 담긴 납작 냄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옆으로 우동 한 그릇과 밥이 딸려 나왔다. 우동부터 맛을 봤다. 면발이 쫄깃하고 담백하다. 국물은 맑고 향긋하다. 가는 겨울의 아쉬움을 말끔히 지워버릴 만한 맛이다.

후딱 우동 한 그릇을 먹어치우고 촉촉하게 잠긴 새우튀김으로 젓가락을 옮겼다. 새우 고유의 맛이 넉넉하다. 싱싱해서 씹히는 맛도 좋다. 짜지 않고 부드러워 국물도 남기기 아깝다. 반 공기도 안 되는 밥이 어느새 바닥을 보인다. 우동이 부족하다면 얼마든지 더 준다는 말에 "한 그릇 더"를 외쳤다. 식사 사이사이에 씹는 단무지가 아삭아삭 달달한 게 심상치 않다. 일본 수출품을 특별히 공급받는다고 한다.

이 집 우동을 먹을 때 주의 사항 한 가지. 밀가루와 소금물만으로 만든 우동은 오래 두고 먹으면 면이 퍼져서 맛이 떨어진다. 다른 음식과 함께 나오는 정식을 먹을 땐 우동부터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약을 못했다면 점심.저녁 피크타임을 피해야 줄을 서는 불편을 겪지 않는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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