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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미국 3월이 의회 제출 데드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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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미 FTA 비준이 표류하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의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지도 못했다. 한쪽으로는 정치권, 다른 쪽으론 여론의 움직임을 곁눈질하면서 제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선 부시 행정부가 비준안을 3월까지 의회에 제출하지 않으면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8~9월에 정해진다.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면 표를 의식한 후보들이 굳이 부담이 되는 일을 할 리 없다. 따라서 의회에서 8월 전에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미국은 심의기간을 회기일(의회가 열리는 날)을 기준으로 90일로 못박고 있다. 90일 안에 승인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부결된다. 따라서 3월 안에 비준안이 국회에 제출돼야 8월 이전 통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만약 FTA 비준안이 통과되지 않고,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게 되면 한·미 FTA는 미국 행정부 서랍 속에 처박힐 수도 있다. 민주당의 유력한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모두 ‘한·미 FTA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에도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타결됐지만, 정권을 넘겨받은 클린턴 행정부가 환경·노동 분야 등을 추가하는 재협상을 벌이면서 비준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미국 대선이 민주당 승리로 끝나면 한·미 FTA 협정은 자동 폐기될 수도 있는 만큼 비준에 적극적인 부시 행정부의 임기 중에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 사정만큼이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게 미국산 쇠고기 문제다. 미국 정치권은 FTA의 비준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먼저 쇠고기 수입의 빗장을 완전히 풀어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은 “한국이 쇠고기 시장을 완전 개방하지 않으면 미국 의회 지도자들은 한·미 FTA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한·미 FTA 비준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농림부 관계자는 “앞으로 재개될 2차 한·미 쇠고기 수입조건 협상에서 주고받기를 통해 한·미 FTA 비준을 막는 장벽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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