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 보고 눈물 흘린 이명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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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동대문의 한 극장에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핸드볼대표팀의 선전을 극화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관람했다. 이 당선인이 영화 관람에 앞서 관계자들이 소개되자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김정은씨, 임영철 전 여자핸드볼대표팀 감독, 이 당선인, 전 핸드볼 국가대표 임오경씨. [사진공동취재단]

실용을 내세우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코드를 강조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서로 영화를 보는 취향도 다르다. 이 당선인이 정치색을 배제한 실용적 취향이라면 노 대통령은 정치성 있는 이념적 성향의 영화를 선호했다.

 이 당선인은 20일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을 관람했다. 서울 동대문에 있는 한 극장에서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여자 핸드볼 팀이 결승전에 오르는 과정을 그린 실화극이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일어선 여자 핸드볼 팀의 투혼을 그린 이 영화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극복하자는 ‘이명박식 실용주의’와 맥이 닿아 있다. 특히 당선인 신분으로 처음 고른 영화가 ‘우생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이 당선인은 이날 극장에서 “실제 올림픽 때 분패하는 장면을 지켜봐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었다”며 “오늘 제가 온 걸로 해서 관객이 100만 명 이상 더 늘어났으면 한다”고 덕담을 했다. 이 당선인은 영화 관람 중 감동적인 장면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영화가 끝났을 때는 눈이 충혈돼 있었다.

 이 당선인은 자신의 취미가 영화 감상이며 밤늦게 케이블 영화를 자주 본다고 할 정도로 영화에 관심이 많다. 이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에 고른 영화도 ‘실용주의 코드’였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9월 ‘브라보 마이 라이프’라는 영화를 감상했다. 이 영화는 중년 직장인의 애환을 다뤘다. 대선 직전 이 당선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관람한 영화 중 인상 깊었던 영화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꼽았다. 그러면서 “말단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기에 샐러리맨의 애환이 담긴 영화를 보는 내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과 달리 노 대통령은 이념적 성향이 강한 영화를 선호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화려한 휴가’ ‘밀양’ ‘왕의 남자’ 등의 영화를 봤다. ‘화려한 휴가’는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항쟁에 휘말린 시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노 대통령은 영화를 본 후 “가슴이 꽉 막혀서 영화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눈시울도 붉혔다. ‘밀양’은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이 만든 영화였고, ‘왕의 남자’는 조선시대 연산군 시절 왕권과 신권의 갈등을 담은 역사물이었다.

신용호 기자

[관련화보]李 당선인, 영화 '우생순'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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