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모노라인’… 미 경제 겹친 악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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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 불똥이 이번엔 모노라인(채권보증회사)을 강타했다. 투자은행들에 이어 미국 채권시장도 화마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의 하나인 피치사는 19일(현지시간) 미국 2위의 채권보증회사인 암박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최고 등급인 ‘AAA’에서 두 단계 하락한 ‘AA’로 조정한 것이다.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도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암박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을 모아서 발행한 부채담보부증권(CDO)에 보증을 섰다 큰 손실을 입었고 지난주에만 주가가 70% 떨어졌다.

 채권보증회사는 기업이나 모기지 회사 등이 발행하는 채권에 보증을 달아 신용등급을 높여주는 곳으로 ‘모노라인’이라고 부른다.

 도이체방크의 신용 분석가인 존 티어니는 “채권보증사에 새로운 자본이 수혈되지 않으면 무디스나 S&P가 신용등급 하향에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분석했다. 채권보증회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이들이 보증한 각종 채권의 신용등급도 연쇄적으로 내려간다. 피치는 암박의 신용등급을 내리면서 암박이 보증한 4900여 가지 채권의 신용등급도 함께 내렸다. 채권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부도 위험이 커지고 그만큼 가격도 떨어진다. 채권을 보유한 금융회사나 투자가들은 앉아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암박 등 미국의 7대 채권 보증회사가 보증을 선 채권은 2조4000억 달러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채권보증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경우 투자가들은 2000억 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채권보증회사들이 보증을 제대로 서지 못하면 기업이나 모기지 회사들은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국내 은행이나 기업들도 미국에서 자금을 빌려오는 것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김원배 ·김선하 기자

◆채권보증회사(모노라인)=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돈을 제때 갚지 못할 때 이를 대신 지급하기로 보증해 주는 회사다. 채권 등 금융시장 관련 분야만 보증하면 모노라인(monoline), 부동산과 재해 관련 위험까지도 보증하면 멀티라인(multilines)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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